[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BO리그 최고의 수호신이었던 투수가 타자로 변신했다.
SSG 랜더스 '야수' 하재훈(32)은 지난해까지 팀 뒷문을 지키는 투수였다. 데뷔 첫 해였던 2019시즌 36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정규시즌 2위 등극에 기여했다. 어깨 통증으로 2020시즌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한 뒤 재활에 주력하면서 지난해 마운드에 복귀, 18경기 18이닝 1승2홀드,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하재훈은 김원형 감독에게 면담을 신청해 야수 전향 의사를 드러냈고, 허락을 받았다.
하재훈은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 독립리그 시절 대부분을 야수로 보냈다. 고교 시절 뛰어난 타격 재능을 인정 받아 해외 무대에 진출했다. KBO리그에선 투수로서의 재능에 포커스가 맞춰졌지만, 본업과는 거리가 있었다. 올해 맡는 야수 자리는 '전향'보다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는 표현이 좀 더 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제주 서귀포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하재훈의 얼굴엔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투수 시절 묵묵히 마운드를 지키던 모습이 완전히 딴판으로 느껴질 정도로 쾌활하다.
최근 서귀포에서 만난 하재훈은 올해 캠프를 두고 "해방감이 있다. 야수는 어깨가 아프면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지만, 투수 시절엔 그럴 수가 없었다. 재활이 끝날 것 같으면서도 잘 안돼 스트레스를 받았던 부분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캠프가) 즐겁다. 몸은 힘들지만, 해보니까 앞으로 몸 풀리고 적응되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야수 변신 뒤 하재훈은 만반의 준비를 하며 비시즌을 보냈다.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 중인 선배 최형우의 도움을 받아 전주에서 개인 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번 캠프에서도 꾸준히 몸 만들기에 집중하면서 감각을 끌어 올리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하재훈은 "투수 시절과 비교하면 야수는 훈련 시간이 길다 보니 기(氣)가 빠지는 기분도 있지만, 적응을 잘 해가고 있다. 계속 훈련을 하면 몸도 잘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캠프 주안점을 두고는 "감각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기존에 야수를 해왔다면 부족한 면을 채우면 되지만, 지금은 모든 부분에서 감각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더 집중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뛰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 해야 한다'는 욕심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누군가 보고 있으면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차분하게 자신의 실력을 찾아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프로에서 자리를 잡았던 길 대신 새로운 방향을 택한 것은 큰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캠프를 넘어 올 시즌이 하재훈의 야구 인생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하재훈은 "예전 감각까지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노력하면서 길을 찾아간다면 충분히 헤쳐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며 "팀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수가 돼 팬들에게 인정 받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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