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1990년대 선발 왕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보비 콕스 감독은 정규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를 선정하는데 있어 전혀 고민이 없었다. 전년도 사이영상 수상자를 내세우면 됐기 때문이다. 그 시대를 누볐던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존 스몰츠가 사이영상을 수상한 다음 시즌 개막전 선발을 맡았다.
개막전 선발, 즉 에이스 위치는 자존심이 걸린 자리다. 올해 개막전 선발투수에 이목이 집중될 팀은 뉴욕 메츠다. 천하를 호령하는 에이스 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스 슈어저는 사이영상을 3차례 수상했고, 지난 시즌에도 15승4패, 평균자책점 2.46으로 맹위를 떨였다. 두 차례 사이영상에 빛나는 제이콥 디그롬은 지난해 부상 때문에 전반기 막판 시즌을 접었지만,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이어갔다.
새롭게 메츠 지휘봉을 잡은 벅 쇼월터 감독은 베테랑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지난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본다면 슈어저가 올해 개막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누가 1선발을 맡든 메츠 원투 펀치는 메이저리그 최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개성이 뚜렷한 두 투수가 완벽한 조합을 이룰 지에 대해 현지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미국 스포츠매체 이센셜리 스포츠는 14일(한국시각) '한 메이저리그 스타가 개성이 강한 투수 둘이 뉴욕 메츠에서 충돌할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메이저리그 스타란 다니엘 머피다. 머피는 메이저리그 통산 12년 동안 타율 0.296, 138홈런, 735타점, 710득점, OPS 0.796을 기록했다. 올스타에 3번 뽑혔고, 실버슬러거도 두 차례나 차지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그는 2008년 메츠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8년을 몸담았고, 2016년 워싱턴 내셔널스로 옮겨 3시즌을 뛴 뒤 시카고 컵스를 거쳐 2020년 콜로라도 로키스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즉 디그롬과 슈어저를 곁에서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둘의 케미시트리를 우려한 것이다.
이센셜리스포츠는 '머피는 둘과 선수 생활을 모두 보냈기 때문에 두 투수가 어떻게 역할을 수행하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가 우려하는 바는 둘이 잘 지내지 못할 수도 있다(may not get along)는 점'이라고 전했다.
머피는 두 선수가 게임을 대하는 태도와 마운드에서 승부욕이 다르다고 했다. 이센셜리스포츠에 따르면 머피는 슈어저에 대해 "특유의 강렬함을 갖고 있다"면서 "그 시절 난 야구장에 가면 마치 '이 친구, 5일마다 나를 약간 겁나게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경기가 시작되면 그가 마운드에서 어떻게 싸우는지 이해는 됐다"고 밝혔다.
디그롬에 대해서는 "디그롬의 기질은 슈어저와는 조금 다르다. 규율과 관련해서는 매우 엄격한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은 완전히 다른 투수"라고 했다.
올해 연봉은 슈어저가 4333만달러으로 전체 1위, 디그롬이 3600만달러로 4위다. 합계 연봉이 7933만달러(약 950억원)에 이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