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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103억 아니었네' 3이닝은 너무 짧았다, 더 강해진 양현종 '기대감 Up'[창원 핫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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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34)이 첫 실전 등판부터 완벽한 투구를 펼치면서 시즌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12일 창원 NC전에 선발 등판한 양현종은 3이닝 동안 안타-4사구 없이 탈삼진 2개 솎아내며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이날 KIA 김종국 감독은 양현종의 투구를 3이닝 또는 투구수 45개로 맞춰 지켜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3이닝 동안 양현종이 던진 공은 31개로 훨씬 적은 갯수였다. 1회 세 타자를 상대로 9개의 공으로 가볍게 삼자 범퇴 이닝을 만들었고, 2회 역시 범타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마지막 이닝이었던 3회엔 연속 탈삼진에 이어 범타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31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존에 26개를 꽂아 넣는 시원시원한 피칭을 선보였다. 최고 구속 146㎞를 기록한 직구 총 18개 중 볼은 단 1개에 불과할 정도였다.

묵직한 구위도 주목할 만했다. 이날 NC 타자들은 양현종의 공을 상대로 이렇다 할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시범경기 초반에 스트라이크 존 확대로 타자들이 예년보다 감을 잡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투수도 마운드에서 실험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볼 때 서로 같은 조건. 배트에 맞은 타구 대부분이 밀리거나 내야를 벗어나지 못한 점은 투수의 공이 좀 더 묵직했다고 볼 만한 장면이었다.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익숙치 않았던 공인구 피칭 경험이 오히려 KBO리그에선 도움이 되는 모양새다.

올 시즌을 맞이하는 양현종의 자신감은 상당하다. 매년 100이닝 후반대 투구를 펼쳤던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총 80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미국 진출 직전이었던 2020시즌(172⅓)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 적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비축한 체력, 일찌감치 비시즌을 준비하며 올 시즌에 대비했다. 매년 2월 말에 시작했던 투구도 중반으로 앞당길 정도로 페이스가 좋은 편이다.

양현종은 그동안 시즌 극초반 고전하다 서서히 감을 잡아가는 '슬로스타터'로 분류됐다. 하지만 페이스 업을 통해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시범경기 첫 판부터 달라진 힘을 증명했다. 본고장 야구를 경험하고 돌아온 '대투수'의 공은 한층 더 강력해졌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김종국 감독은 "역시 팀의 에이스답게 본인의 역할을 잘 해줬다. 구속도 그렇고 제구도 그렇고 모든 부분에서 잘 이루어진 경기였다"며 "오히려 페이스가 빠른 느낌마저 들 정도인데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이니 정규시즌에 맞춰 페이스를 잘 조절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양현종은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 했다. 비율 면에서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여러 구질을 실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몸 상태가 100%가 되진 않았다고 본다. 결과가 좋았기에 주변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볼 수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직 다 올라온 단계는 아니라 본다"며 "앞으로 이닝 수-투구 수를 늘리며 내 스스로 몸이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겠다. 그때 나오는 공, 컨디션을 기대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