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수상이 '사고' 였다고 이야기했다.
2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이 출연했다.
이날 윤여정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홍보를 위해 출연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제가 하고 싶었다"는 그는 "회사에서 스크립트를 주면서 오디션을 보라고 했다. 하지만 '너희는 내가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고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한국에서 오디션에서 떨어진 배우가 된다. 오십년 커리어를 망칠 수 없다. 오디션은 못 보지만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제작비 1000억원이 투입된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자, 윤여정은 "남의 돈은 관심 없고, 날 얼마 줬느냐가 중요하지"라는 소신을 밝혀 웃음을 안겼다. 그는 "매일이 촬영 에피소드다"라며 "군산에 있는 동네 식당에 갔다. 저쪽 테이블에서 사이다 한병을 전해주며 '대접할건 없고 이거라도'라고 하더라. 너무 울컥해서 울었다. 사이다 한병이 와인 한 병보다 더 감사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윤여정은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발표 순간을 떠올리며 "나도 믿기지 않았다. 반추를 해보니까 나한텐 그건 사고였다"고 회상했다. "글렌 클로즈가 받길 원했다. 구경이나 하자고 해서 앉았는데, 무의식 중에 이름이 불리니까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상소감에서 두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윤여정은 "작은 아들은 울었대요"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어 "걔네가 아니었으면, 일하러 나오지 않았을거다. 내가 아들들한테 제일 미안한건, 내가 일하는 여자였기때문에, '엄마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집밥'이 없었다. 너무 미안하다고 그랬는데, 아들들이 '괜찮아 엄마, 우리 그래서 다 말랐잖아'라고 하더라"고 이야기해 웃음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아카데미상 수상 혜택으로 "여행 특전을 제공하는데 뭐하러 내가, 타히티를 왜 가나. 그럴 기운이 없어서 안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에이전트 측에서 팬데믹 때문에 이번엔 안 준다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또한 "상금 없다"고 밝힌 그는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문을 두드린걸, 내가 그 다음해 운이 좋게 맞았다"고 겸손함을 덧붙였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각종 세계 영화상에서 42개의 상을 받았다. "트로피를 지하실에 다 넣었다"는 윤여정은 "어느 순간이 지나니까 무뎌졌다. 이번에 시상자가 됐다. 난 영어라면 이제 너무 징그럽다"고.
윤여정은 70년대 미국에서 살았다. "동네에 유일한 한국인이었다"는 윤여정은 "둘째 낳고나서 엄마가 오셨는데, 배 한알과 깻잎을 핸드백에다 숨겨오셨다"라며 현실판 '미나리' 같았던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또한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에 대해 "똑똑하고 현명하고, 조용한데 희망을 봤다. 한국말을 못하는데 한국말로 나한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데 너무 예뻤다. 현장에서 한 번도 성질을 내는 걸 못봤다. 아이작한테 감동했다"라며 함께 작업한 이유를 밝혔다.
윤여정은 데뷔 57년차다.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조세호의 고민에 그는 조세호의 나이에 미국에서 복귀 후 단역으로 다시 연기했을 때다. 윤여정은 "나는 그때 '내가 잘 살고 있나 못살고 있나'고민할 여유도 없었다. 그때가 제일 힘들 때였다.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미국을 다시 가느냐 고민했다. 미국 동네 슈퍼마켓 체인이 있었는데, 계산은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임금이 시간당 2.75달러였다. 그래서 '그걸 가서 할까. 애들 데리고 갈까' 생각했다. 그런데 김수현 작가가 '너 재주 있다. 너 배우 다시 하면 돼'라고 했다. 근데 아무도 안써줘서, 결국 김수현 작가가 써줬다. 돈을 벌어야되니까 열심히 했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유퀴즈'에는 윤여정의 동생이자 LG 첫 여성 임원으로 주목받았던 윤여순이 출연해 '어머니'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윤여정은 "어머니가 신사임당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다"라며 "여성 최초 첫 양호 교사 시험을 보시고, 우리 셋을 먹여 살리셨다"고 이야기했다.
그런가 하면, 윤여정은 "예순이 넘어서 증조할머니에게 '너무 죄송했다'고 매일 기도를 드린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열살 때 기억하는 증조할머니는 너무 더러웠다. 그래서 너무 싫었다. 그런데 60살 넘어서 장사익의 노래를 듣는데, 증조할머니가 불렀던 기억이 나더라. 하나밖에 없는 손자를 직접 염을 해서 묻었다. 남은생을 사는 할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우리 할머니 웃는 얼굴이 생각이 안나 슬프다. 그걸 제가 '미나리' 찍으면서 알았다. 웃을일이 없었더라"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파친코'의 선자가 증조할머니의 인생이 반추됐다. 뼈가 부서지도록 일해서 가족을 먹여살렸다. 내 전 시대의 여자들이다"라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윤여정처럼 나이 들고 싶다'는 말에 "난 인내심이 부족하다. 나 닮으면 안된다"라며 손사레쳤다. 이어 "배우생활 중 얻은 건 유명해졌다. 이유 없이 치켜세워졌다가 이유없이 매도 당하기도 한다"면서도 "잃은 건 없을 거다. 어머니가 '살아있으면 일해야지 하셨다' 일로 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김수현 작가가 쓴 대사 중 "내가 대단하고 안타깝게 소중하면 상대도 마찬가지야. 누구도 누굴 함부로 할 순 없어 그럴 권리는 아무도 없는 거란다. 그건 죄야"를 직접 읽으며 "최고의 명대사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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