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김수지'라는 이름이 뉴스에 이어, 인기 K팝 아이돌 앨범 크레딧에서도 발견됐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세상 소식을 전달하고 있는 김수지 MBC 아나운서가 최근 아름답고 감각적인 노랫말도 전달하는 중이다.
김수지 아나운서는 레드벨벳 신곡 '인 마이 드림스'를 작사했다. 이 노래 가사에 꿈속에서라도 사랑하는 상대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K팝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레드벨벳 멤버들도 '인 마이 드림스'의 가사가 좋아서 '최애곡'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상파 아나운서가 K팝 아이돌 노래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뜨거운 화제다. 다소 근엄한 분위기로 신뢰감을 줘야 하는 뉴스 진행과 달리, 말랑말랑하면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가사로 '반전 매력'을 뽐냈기 때문이다.
사실 김수지 아나운서의 K팝 작사가 변신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8월 CIX의 '숨'으로 작사가로 공식 데뷔한 그는 이펙스 '두 포 미', 윤하 '나는 계획이 있다' 노랫말도 지었다. 이어 이번 레드벨벳 '인 마이 드림'까지, 작사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중이다.
라디오, 뉴스 등으로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와중에도 작사가로도 척척 해낸 것이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발탁돼야 하는 '본업' 아나운서에 이어, 글로벌이 주목하는 K팝을 만드는 '부업' 작사가까지. '재주꾼' 김수지 아나운서는 최근 스포츠조선과 전화 통화를 나누고, 작사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실 김수지 아나운서는 오래전부터 작사가를 꿈꿔왔었다고. 김 아나운서는 "아나운서 준비 전부터 꿈이었다. 10대 때 작사가라는 꿈이 있었다. 그래서 중고등학생 내내 오디션에 응시도 많이 하고 계속 꿈을 꿔왔었다. 저한테는 사실 아나운서 이전에, 오히려 원래 꿈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꿈은 아나운서가 된 이후에 이룰 수 있었다. "아나운서가 된 이후, 작사가는 충분히 병행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 아나운서는 "조금 늦었지만 도전이라고 도전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학원에 등록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랜 꿈이라지만 K팝이나 음악에 관심이 없어서는 작사가가 되기 힘들 터다. 김 아나운서는 자신이 오래된 K팝 팬이라, 자연스럽게 작사에 관심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K팝을 워낙 좋아했다"는 그는 "초등학교 때 신화로 시작해 이후로 많은 가수들을 스쳐 갔다. 최근에 가장 콘텐츠를 많이 보는 그룹은 세븐틴이다"며 웃었다.
이어 "신화 팬이었을 당시, 다른 팬들도 그렇듯 저도 앨범이 나오면 가사집을 막 뜯어서 봤다. 거기 작사가, 작곡가분들이 한두 분씩 눈에 들어오고, 저도 그런 음악을 만드는 현장에 끼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다. 근데 작곡을 하기에는 음악적인 재능과 지식이 좀 부족하기도 했고, 아무래도 글 쓰는 쪽에 흥미를 많이 느끼고 자신도 있었다. 음악과 글을 같이 할 수 있는 직업이 작사가니 매력을 느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사가명을 새롭게 지을 만도 한데, '김수지'라는 본명을 그대로 내세웠다. 작사가 이름으로는 담백한 감이 있지만, 본명인 만큼 올찬 자신감도 느껴진다. 그러나 김 아나운서가 일부러 노린 의도는 아닌 모양새다. "사실 많이 지었었다"는 그는 "세례명이 '이아'여서, 엄마 성을 붙여 '임이아'라고 짓기도 했다. 근데 그 이름으로는 가사가 선택을 너무 못 받더라. 그래서 이름이 너무 평범해서 그런가는 생각이 들어서, 중간에 살짝 바꿔보기도 했다. 그래도 안 되는 것은 똑같더라.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본질에 집중하자'고 했다. 그래서 김수지라고 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아나운서로 일하는 경험이 작사에는 어떤 도움이 될까. 김 아나운서는 "사실 큰 관련은 없는데 제가 라디오 원고를 직접 작성하는 부분이 꽤 많았다. 그러다 보니 계속 어떤 표현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는, 늘 일상적으로 저와 가까웠던 것 같다. 그래서 표현을 만드는 일이 좀 익숙하고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게 좀 도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짚었다.
또 하나 좋은 것은 노래를 부른 가수를 만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실제로 최근 김 아나운서는 자신이 작사한 '인 마이 드림스' 가창자인 레드벨벳을 MBC 라디오국에서 만났다. 김 아나운서와 레드벨벳의 단체 사진이 SNS에 올라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아나운서는 "다른 작사가분들에 비해 운이 좋은 것은 아무래도 제가 방송국에 일한다는 것이다. 작사만 했다면 가수분들을 실제로 만나기 굉장히 어려운데, 직업이 이렇다 보니 실제로 만날 기회가 다른 분들에 비해서는 쉽게 생겼다. 윤하 씨도 만났고, 어제 레드벨벳 멤버분들도 만났다"며 기쁜 감정을 드러냈다.
가수를 직접 만나서 좋은 점은 직접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라고. 김 아나운서는 "레드벨벳 멤버들이 라디오 스튜디오에 오셨다고 해서 제가 인사하려고 만나러 갔다. 직접적인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 좋다, 감사하다' 이렇게 표현해주실 때 너무 감사하고 좋다"며 뿌듯해했다.
팬들의 반응도 꼼꼼하게 본다는 김 아나운서다. "사실 팬분들의 반응도 되게 많이 찾아본다"는 김 아나운서는 "어디든 다 반응 하나하나 찾아볼 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고 좋다. 특히 가사를 콕 집어서 얘기해 주실 때 너무 행복하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아나운서실 반응에도 궁금증이 생긴다. 김 아나운서는 "다들 되게 좋아해 주시고 신기해하신다. 주변에서는 회사에서 작사 일을 허락해주냐고 하시는데, 회사의 명예와 직무에 접촉되지 않는 일이라서 너무 적극적으로 다들 응원해주시고 좋아하는 분위기다"며 흐뭇한 감정을 나타냈다.
사실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쇼트커트 헤어 스타일링에, 넥타이를 맨 옷차림으로 뉴스를 진행해 높은 관심을 얻었다. 여성 아나운서가 젠더 고정관념을 부수고 자유로운 스타일링을 선보였다는 호평이 상당했던 것. 당시 "머리만 잘랐을 뿐인데, '나는 내 멋대로 잘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남긴 소감에서 김수지 아나운서의 주체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자주적인 행보가 작사 활동으로도 이어진 분위기다. 단순 노랫말을 짓는 행위가 아닌, 작사가라는 '오랜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자신이 작사한 '인 마이 드림스'처럼, 김수지 아나운서의 지금이야말로 '인 마이 드림스'다. 마지막으로 김 아나운서는 향후 작사 활동에 대해 "계속 붙잡고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될 김 아나운서의 '투잡'에 기대를 모은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