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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역사 바로세우기"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尹당선인께 바란다[진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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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대한민국 패럴림픽 역사를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봄 기운이 솟아나는 3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국에서 베이징패럴림픽을 마치고 돌아온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56)을 만났다.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 시도체육회, 문체부, 이천선수촌에서 실무와 행정을 두루 섭렵한 정 회장은 일 욕심이 많다. 지난해 3월 제5대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 취임한 지 1년만에 두 번의 패럴림픽을 치렀다. 지난해 도쿄하계패럴림픽과 올해 베이징동계패럴림픽은 4년 전 평창패럴림픽과는 모든 것이 달랐다. 코로나 악재와 무관심 속에 치러진 대회에서 잇달아 '세계 41위' '노메달' 성적표를 받아든 '패럴림픽 레전드' 수장의 고민이 깊어졌다. 1시간을 훌쩍 넘겨 평생을 몸 바친 장애인체육 역사에 대한 애정, 장밋빛 미래를 향한 다짐을 쏟아냈다. 5월 출범할 새 정부에 대한 특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두 번의 패럴림픽 통해 내린 결론은 국가대표 시스템 혁신"

정 회장은 두 번의 패럴림픽 후 "선수 출신 회장으로서 저조한 경기력과 코로나 시기에 더 잘 지원하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올림픽·패럴림픽에서 메달은 거들 뿐, 참가 자체로 의미 있고,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한 선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게 '시대정신'이다. 그러나 '패럴림픽 레전드' 정 회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래도 국가대표 선수라면 분명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도 4강에 올랐기 때문에 국민적 사랑을 받았고, 올림픽 쇼트트랙도 메달이 나오니 열광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 스포츠도 똑같다. 평창의 영광도 신의현의 노르딕스키 첫 금, 파라아이스키 첫 동메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애인체육을 더 알리고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우리가 성적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국가대표 시스템의 대대적 혁신을 예고했다. "장애인 국가대표는 종목별, 개인별 성적과 무관하게 동일한 보편적 지원을 받아왔다. 10년 이상 이 체제가 이어지다 보니 실력이 하향평준화됐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우, ABC 3개 그룹을 두고 평가를 통해 각 종목을 승강제 방식으로 지원한다"면서 "좋은 경기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종목별 차등 지원책은 내년부터 적용할 것이다. 이미 연구는 끝났다. 종목단체, 시도 장애인체육회의 의견을 청취한 후 올해안에 계획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 종목 신인선수 육성 사업을 통해 휠체어육상 이종구, 김병훈, 배드민턴 유수영, 정겨울, 노르딕스키 김윤지 등 실력 있는 어린 선수들도 나오고 있다. 2026년 밀라노, 2028년 LA패럴림픽에선 분명 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남은 3년 임기내 이것만은 꼭 한다"

남은 3년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일 욕심' 많은 정 회장은 "다섯 가지를 써왔다"며 빽빽한 A4지를 내밀었다. "첫째는 스포츠과학 지원 정착이다. 장애인체육회가 스포츠과학을 직접 선수촌 현장에서 종목별 선수들에게 맞춤형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준비중이다. 둘째, 신인선수 발굴과 국가대표 훈련시스템을 개혁하겠다. 셋째, 스포츠 등급 분류사, 국제심판, 선수 출신 지도자 등 장애인체육 전문가를 양성하겠다. 넷째는 종목단체 인력 확충이다. 대한체육회의 경우 정규직 6명을 지원하지만 장애인체육회는 4명을 지원한다. 정책은 단순히 머릿수로 결정해선 안된다. 장애인은 보조인력이 더 필요하다. 다섯 번째는 장애인체육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패럴림픽 센터 건립"이라고 설명했다.

비장애인 학교에서 특수학급 장애인학생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모두가 행복한 '유니버설' '통합체육' 프로그램 확대에 대해서도 공감과 지지의 뜻을 표했다. 정 회장은 20대에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후 우연히 휠체어농구 TV 중계를 접한 후 수영과 휠체어육상을 시작했고, 사격 국가대표로 새 세상을 만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장애인에게 스포츠는 지옥같은 절망을 희망의 세상으로 이끄는 매개"라고 했다.

이어 정 회장은 대국민 홍보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평창패럴림픽, 스페셜올림픽 당시 국민적 관심에는 미디어 홍보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올해는 패럴림픽, 데플림픽, 장애인아시안게임이 겹친 해다. 더 많은 장애인들을 집 밖으로 이끌기 위해,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패럴림픽 역사 바로 세우기"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

정 회장은 인터뷰 말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말과 함께 소중히 간직해온 1988년 서울패럴림픽 마스코트 배지를 꺼내보였다. "세계 패럴림픽사에서 대한민국은 지대한 공헌을 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한곳에서 열린 건 1988년 서울이 최초다. 2018년엔 30년만의 평창패럴림픽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런데 이 엄청난 역사를 모두가 금세 잊어버렸다. 어디서도 패럴림픽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며 아쉬워 했다. "이탈리아패럴림픽위원장을 만났는데 '1988년 서울' 이야기부터 하더라. 외국인들은 서울패럴림픽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정작 우리는 잊었다. 동하계패럴림픽을 모두 치른 나란데 올림픽공원 안에 '올림픽'은 있지만 '패럴림픽'은 없다. 어떤 상징물도 없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정 회장은 새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0년간 잊혀진 패럴림픽 역사를 바로 세워주기를 열망했다. "올림픽공원에 패럴림픽의 역사를 기억할 패럴림픽센터를 지어주셨으면 한다. 패럴림픽 레거시 사업을 하고, 자랑스러운 장애인체육 역사를 후대에 남기고, 패럴림픽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국민들의 장애인식 개선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당선인께서 패럴림픽의 위대한 역사를 꼭 한번 돌아봐주시고 인수위 공약에도 꼭 넣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정 회장은 5월 브라질 카시야스-두술에서 열릴 '청각장애인 올림픽' 데플림픽을 앞두고 각별한 관심도 요청했다. 4월 18일 이천선수촌서 열릴 결단식에 정중히 초대의 뜻을 전했다. 특히 소외 계층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당선인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향해 장애인체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응원을 요청했다. "여사님께서 코로나 속에 힘든 훈련을 이겨내온 우리 청각장애인 태극전사들을 직접 찾아주시고 격려해주신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올림픽공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프로필

▶1966년 3월 4일(음력) 전남 함평 출생

▶서울 대성고-용인대 특수체육학 학사-한체대 대학원 체육학 석사- 용인대 대학원 체육학 박사수료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2006~2011년 대한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부장

▶2011~2012년 충남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2012~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장

▶2017~2021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장

▶2021년~ 한국척수장애인협회장

▶2021년~ 제5대 대한장애인체육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