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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해결사'김건희"'정신차려!'콜,리그 최고팬들께 면목없어...슈퍼매치,모든걸 쏟는다"[진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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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팬들은 리그 최고의 팬이다. 우리도 최고가 돼야 하는데 팬들께 너무 죄송하다."

'수원 삼성 스트라이커' 김건희(27)가 10일 오후 7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FC서울과의 슈퍼매치를 앞두고 수원 팬들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매탄고 유스 출신 김건희는 2016년 입단 후 수원에서 6시즌을 보내며 83경기에서 12골 5도움을 기록했다. 수원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다. 10대 때부터 기대와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김건희 역시 수원 팬들을 향한 마음이 각별하다. 시즌 초반 수원이 6경기 무승(4무2패), 리그 11위(1승4무3패)로 떨어지며 '최전방' 김건희는 누구보다 깊은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 "항상 잠을 잘 못잔다"고 했다.

김건희는 지난 5일 전북전 후반 교체투입 후 동점골을 향해 마지막 휘슬까지 죽을 힘을 다해 분투했다. 크로스바를 넘긴 통한의 헤더가 뼈아팠다. 4연속 무승부 끝에 0대1, 홈 패배를 기록한 직후 서포터들의 "정신차려! 수원" 콜이 블루버드에 울려퍼졌다. 김건희는 "그날, 팬분들의 콜을 당연히 들었다"고 했다.

"팬분들의 콜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 팬들을 볼 면목이 없다. 저뿐 아니라 모든 선수, 감독님, 코칭스태프들이 잠도 못자고 어떻게 이길까, 어떻게 나아질까만 생각한다. 다들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하고 자책도 많이 한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털어놨다. "우리는 팬들을 위해 이겨야 한다. 팬들께 너무 죄송하다. 우리 팬들은 K리그 최고의 팬인데, 우리 선수들도 거기에 걸맞은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너무 부족해서 과연 응원 받을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을 갖고 경기장에 나간다"고 마음을 전했다.

1995년생 김건희는 대한민국 토종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을 선수다. 프로 7년차, 100경기가 임박한 올해는 개인의 축구 커리어에서도 가장 중요한 시기다. 어릴 때부터 지도자를 목표 삼았던 김건희는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해외 진출을 하고 싶은 생각은 많이 있다"고 했다. 팀 목표, 개인 목표를 위해 매순간 절실하게 노력하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달리고 또 달린다.

외국인 공격수 그로닝이 8경기째 침묵하고 있는 상황. 김건희는 '해결사'를 자청했다. 지난달 12일 포항전(1대1무) 페널티킥 동점골, 19일 강원전 동점골(2대2무)을 터뜨린 김건희는 "제가 더 잘해서 팀에 도움이 되다 보면 그로닝도, 팀도 힘을 받고 시너지를 낼 것이다. 나부터 더 잘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과 수비를 오르내리며 경합하고 연계하는 이타적 플레이에 힘써왔던 '영건' 김건희는 올 시즌 '선택과 집중'을 결심했다. "싸우고 연계하고 수비하면서 골까지 넣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올해는 동료들이 도움을 받아 골을 넣는 일에 더 집중하려 한다. 골 욕심을 더 내려 하려 한다"고 했다. "스트라이커는 결국 골로 말한다. 그동안 희생하고 배려하는 이타적 플레이를 많이 해왔는데, 결국 팀에 도움이 되려면 내가 골을 넣어야 한다. 욕심 내는 플레이를 하더라도 내가 골을 넣고 승리하는 것이 결국엔 팀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전방 공격수 입장에서 바라본 수원의 초반 부진 요인은 무엇일까. "(최)성근이형, (한)석종이형, (정)승원이, 사리치 등 좋은 걸 해줘야 하는 위치의 선수들이 시즌 초 다쳤다. 저도 첫 경기 퇴장을 당했고, 코로나에 걸린 선수도 있고, 고비를 넘어서야할 때 힘이 부족해 결과가 안나오다보니 분위기가 다운됐다"고 설명했다.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결국 변화와 소통. 김건희는 "감독님, 코칭스태프과 허물없이 소통하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 다 터놓고 이야기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지도자들이 원하는 대답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다르다. 팀을 위해 서로 원하는 것, 잘못한 것, 개선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공유한다. 반전을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점 3점은 아쉽지만, 4경기에서 끝까지 따라갔다는 건 우리 팀에 포기하지 않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결과만 좀 따라준다면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을까"라며 희망 섞인 메시지도 전했다.

'골잡이' 김건희가 골을 넣으려면 킬패스를 찔러줄 2선 동료들과의 찰떡 호흡이 필수다. 김건희는 "대표팀 훈련 때문에 동계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작년 함께 했던 (김)민우형, (정)상빈이가 이적했고, (한)석종이형, (최)성근이형은 부상중이다. (오)현규와 그로닝은 올해가 처음이고, (정)승원이도 몸을 올리고 있다"고 현실을 냉정히 짚었다. 하지만 희망은 또렷하다. "(강)현묵이, 승원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리치는 정말 좋은 선수다. 정말 좋은 패스가 들어온다. 100% 만족한다. (유)제호는 신인인데도 훈련장서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좋았다. 올 시즌 어린 선수 중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후배다. 다들 함께 발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서로 더 많이 이야기하고 소통해서 더 빨리 맞춰가겠다"고 약속했다.

수원 7년차 김건희가 기억하는 최고의 슈퍼매치는 지난해 5월29일. 자신이 페널티킥 결승골, 김민우, 민상기가 추가골을 몰아쳤던 경기다. "(고)승범이형 입대 전 원정서 3대0으로 승리한 경기, 완벽하게 승리한 경기라서 정말 기억에 남는다"고 돌아봤다.

이번 슈퍼매치는 유독 더 절박하다. 위기 탈출을 위한 '승점 6점' 10-11위 맞대결이다. 10위 FC서울(승점7)도 대구 원정 개막전 승리 이후 최근 7경기에서 4무3패로 무승이다. 필생의 라이벌이 서로를 제물 삼아 반전을 노린다.

이겨야 사는 슈퍼매치, 승점 3점이 간절한 수원 골잡이는 팬들을 향한 결연한 다짐도 잊지 않았다. "저희의 위치, 저희의 축구가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다. ACL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다. 우리도 서울도 좋은 위치가 아니다. 이기는 팀은 힘을 받고 지는 팀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말이 필요없는 전쟁', 반드시 이겨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쏟아내겠다. 팬분들께 응원해달란 말도 죄송스럽다. 그라운드에서 다 쏟아내는 모습으로 보여드리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