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900경기 넘게 경기에 나갔지만, 이보다 떨린 적이 있었을까.
박동원(32·KIA 타이거즈)은 26일 7번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박동원의 프로 데뷔 915번째 경기.
2009년 히어로즈에 입단한 박동원은 914경기에 나와 타율 2할5푼7리 97홈런 OPS(장타율+출루율) 0.754의 성적을 거둔 베테랑이다. 지난해에는 131경기에서 타율 2할4푼9리 22홈런을 날리면서 타격에서 알을 깬 모습이었다.
지난 24일 박동원은 야구 인생에서 큰 변화를 맞았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KIA로 트레이드 됐다. KIA는 박동원 영입을 위해 내야수 김태진,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현금 10억원이라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
포수가 약점으로 꼽혔던 KIA에서 박동원을 향한 기대치는 높았다. 박동원도 키움에서 지명타자로 나서는 시간이 많았던 만큼 포수로서 나서고 싶은 욕심이 컸다. 지난해를 마치고는 "포수로 많이 뛰고 싶다. 안 된다면 다른 팀이라도 가고 싶다"는 요청을 구단에 하기도 했다.
KIA 김종국 감독은 박동원을 주전포수로 낙점했다. 26일 1군 등록과 함께 박동원은 곧바로 선발 출장했다.
수많은 경기를 치렀던 그였지만, "긴장도 되고 설레는 마음이 있어 잠도 제대로 못잤다"고 이야기했다.
낯설었던 새출발. 시작은 악몽이었다. 트레이드 직후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던 '에이스' 양현종과 짝을 이뤘지만, 1회에만 42구를 던지게 했다. 실점도 3점이나 나왔다. 도루 저지 과정에서는 실책까지 나왔다.
불안하게 첫 단추가 채웠지만, 이후부터는 안정감이 넘겼다. 2회부터 7회 2사까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며 최고의 호흡을 뽐냈다.
타석에서도 존재감은 빛났다. 5회 안타를 친 그는 9회에는 홈런까지 날렸다.
너무 많은 긴장을 했던 탓일까. 홈런을 친 뒤 박동원은 허벅지에 통증을 호소하며 절뚝거리며 그라운드를 돌기도 했다. 결국 9회말은 김민식에게 마스크를 넘겼다.
KIA는 10대5로 승리했고, 양현종은 5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올렸다. 박동원으로서는 최고의 데뷔전이 된 셈.
김 감독은 "박동원이 처음 양현종 투수와 호흡을 맞춰봤는데 공격적인 리드도 좋았고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잘 해준 거 같다. 마지막에 홈런까지 쳐내면서 기대에 보답해준 거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박동원은 " 유니폼을 바꿔입고 첫 경기를 뛰었는데 초반에 나의 실책도 나오면서 경기가 어렵게 풀려나가자 더 긴장을 했던 거 같다"라며 "초반은 어려웠지만 다행이 동료 타자들이 힘을 내주면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고 나도 조금은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박동원은 "마음의 부담을 던 덕분인지 마지막 타석때는 제 스윙을 하면서 홈런까지 칠 수 있었다. 내일은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도록 하겠다.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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