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고교 직속 후배의 첫 2군행. 이미 한 차례 성장통을 겪은 선배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남겼다.
박영현(19·KT 위즈)은 유신고를 졸업한 뒤 2022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했다. 고교 시절부터 시속 150㎞가 넘는 공을 던진 그는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하는 등 일찌감치 고교 최고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박영현은 '레전드 투수' KT 이강철 감독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 묵직한 직구와 함께 안정적인 변화구 구사력, 배짱까지 잘 갖춰진 기본기를 한껏 뽐냈다. 박영현의 공을 본 다른 구단 관계자 역시 "좋은 투수가 나왔다"라며 감탄할 정도였다.
개막전 엔트리까지 들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박영현은 27일 수원 KIA전을 앞두고 1군에서 제외됐다. 개막 후 6경기에 나와 5⅓이닝 평균자책점 3.38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다만, 마운드에서 모습이 스프링캠프 때 보여줬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평가였다. 이 감독은 "불펜에서 좋은 구위를 던진다는데 그라운드에 나오면 좋지 않더라"라며 "경기를 해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경기에 많이 못 나가서 2군에서 준비가 필요하다. 그동안 너무 던지지 않았다. 앞으로 써야할 선수니 2군에서 컨디션을 잘 올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2군행이 결정된 뒤 박영현은 유신고 2년 선배 소형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형준은 2020년 KT에 입단해 첫 해부터 13승(6패)을 올리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7승7패 평균자책점 4.16으로 '2년 차 징크스'가 잠시 찾아오기도 했지만, KT의 선발 핵심 자원으로 올 시즌을 맞이해 최근 두 경기 연속 7이닝 1실점을 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유신고 출신 1차지명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둘의 사이는 각별하다.
후배에게 찾아온 첫 시련에 소형준은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해줬다. 소형준 역시 신인 시절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데뷔전 2연승을 거두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6월 등판한 5경기에서 24⅓이닝 평균자책점 6.29로 흔들렸다. 결국 휴식 차원 2군행 통보를 받았다.
2군은 발전의 시간이 됐다. 소형준은 2군에서 있던 약 2주의 시간 동안 커터를 연습하면서 한 단계 성장해 1군에 복귀했고, 이후 월간 MVP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소형준은 "전화가 와서 못받아 다시 아침에 전화를 걸었다"라며 "(박영현이) 캠프 때보다는 힘이 떨어졌더라. 그래서 '2군에서 잘 먹고 잘 쉬고 컨디션을 회복하라'고 이야기해줬다"고 이야기했다.
동시에 후배의 반등을 믿었다. 소형준은 "워낙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은 투수다. 컨디션만 잘 회복하면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라며 다시 1군에 올라올 날을 기대했다.수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