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홈런을 딱 치고 뛰면서 관중석을 봤는데…소름이 돋았다."
롯데 자이언츠 지시완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전날까지 2022시즌 지시완의 타율은 1할9푼4리(36타수 7안타). 공격형 포수답지 않은 수치다. 장타도 2루타 1개밖에 없었다.
29일 LG 트윈스전에서도 시작은 좋지 않았다. 이날 지시완은 7번타자 포수로 나섰다. 팀이 2점을 선취한 1회초, 1사 만루의 대량득점 찬스에서 병살타를 치고 말았다. 이후 두번의 타석에서도 범타에 그쳤다.
경기 후 만난 지시완은 "솔직히 마음에 많이 남았다. 전날에는 좋은 타구가 잡히고…내 스윙도 제대로 못한 병살타라 화가 났다"면서 "그래도 만회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4-4로 맞선 8회초, 김민수를 1루에 두고 LG 김진성을 상대로 잠실의 깊숙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결승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지시완은 "욕심이 나긴 했는데, 내려놓고 가볍게 치고자 했다. 그렇게 타석에 임했는데 마침 노리던 공이 왔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내가 결정적 홈런을 쳐서 팀이 이겼으니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시완에 이어 9회초에는 한동희가 시즌 7호포를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잠실구장에는 1만 5681명의 야구팬이 운집, 양 팀을 뜨겁게 응원했다. 지시완이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론 흔히 보지 못한 광경이다.
"우리 팬들 정말 화끈하시다. 열정이 느껴진다. 선수들만큼 야구에 진심이신 것 같다. 육성응원 제한이 풀리니까 너무 좋다. 홈런 치고 돌면서 관중석 보는데 소름돋았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롯데 선발 글렌 스파크맨은 4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갔다. 중간에 지시완이 볼을 놓치는 실수도 있었다. 지시완은 "주자 있는 상황에서 사인 미스가 나와서 주자를 진루시켜줬다. 막긴 했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 바로잡아야한다. 스파크맨과 좀더 대화를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나균안하곤 심플하게 간다. 어렵지 않게 자신있는 구종 위주로 가장 좋은 공을 던지게 한다. 우리투수들이 올해 타자들하고 승부를 잘한다. 그러다보니 결과도 좋다."
개막 전에는 '2약'이란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서튼 감독도, 롯데 선수들도 과소평가를 신경쓰지 않고 매경기에 임한 결과,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에이스 찰리 반즈가 있다. 지시완은 "자기가 원하는 모든 구종을 원하는 곳에 던진다. 공격적이고 볼넷도 적고 템포도 좋아서 수비들도 수비하기 편하다고 한다"면서 "이렇게 위력적인 투수일줄은 몰랐다. 볼 무브먼트가 정말 좋아 내가 잡기도 어렵다. 슬라이더도 가지각색이다. 내가 봐도 치기 어려워보인다"고 감탄했다.
"우리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형들 동생들 다들 잘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