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일주일에 하루 쉬는 직업이지 않나. 심지어 외국인 선수인데…"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KBO리그 '최초'의 주인공이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 시절 35홈런 102타점으로 홈런 1위-타점 1위-외야수 골든글러브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아직도 깨지지 않은 KBO 역대 최고령(35세) 홈런왕, 외인 첫 좌타 홈런왕이자 시즌 병살타가 단 3개에 불과한 타격 달인이었다. 미키 캘러웨이(전 뉴욕 메츠 감독)과 더불어 공포의 현대 외인 듀오였다.
KBO리그 역사상 첫 외국인 선수 출신 사령탑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1군 감독으로 부임해 개인 5할 승률을 달성한데 이어, 새 시즌 첫달인 4월을 리그 전체 2위로 마쳤다. 롯데로선 2012년 이후 10년만에 겪는 생경한 일이다.
김동수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스포츠조선에 선수 시절 서튼 감독과 한솥밥을 먹던 시절의 에피소드 하나를 전했다.
"덕수궁, 경복궁 구경을 다닐 만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다. 그러던 어느 화요일에 '어제 뭐했냐' 물었더니, 아내와 함께 보육원에 다녀왔다는 거다. 이미 한두번이 아니었다."
김 위원은 당시의 놀라움에 대해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야구는 유독 경기 시간도, 시즌도 긴 스포츠다. 3시간 안쪽으로 끝나는 경기도 있지만, 때론 4시간이 넘는 혈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스프링캠프부터 포스트시즌까지 합치면 1년 중 8~9개월에 달한다. 일주일에 6경기,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경기가 치러진다.
그런데 그 소중한 하루를 봉사활동에 할애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시즌 끝나고 가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시즌 중에, 그것도 외국인 선수가?"라며 "타격 기술도 많이 배웠지만, 야구 외적으로도 참 배울 게 많았다. 다만 난 그 얘길 듣고도 함께 간 적이 없다"며 민망해했다.
서튼 감독은 17년전의 기억을 회상하며 기분좋게 너털웃음을 지었다. 서울에 있는 보육원 2~3곳을 한달에 1~2번 정도 방문했다는 설명. 그의 아내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다. 지금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모 잃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아내의 친구들 중에 보육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애할 때 그 친구들과의 만남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우리 부부는 '좋은 기회를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항상 잊지 않고, 가능하면 돕고자 한다."
서튼 감독은 한국 문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보육원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몇몇 보육원과 인연을 맺었고, 아내와 함께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한 사람이 성장하고, 자신의 적성을 찾고, 사회에 자리잡기까지 부모의 도움과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서튼 감독은 "어린이, 청소년, 어른 모두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좋은 관계를 맺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 그 사람은 평소 자신이 닿을 수 없다 생각했던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
"부모 없는 아이들은 그 자체로 제한된 환경에 처해있다. 자신의 가능성을 끝까지 발현시키기 어렵다. 나와 아내가 줄 수 있는 것은 한 번의 웃음, 짧은 대화가 전부다. 하지만 긍정적인 관계맺음을 통해 그 아이들이 스스로의 한계를 깨고, 자신의 삶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길 바랐다. 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들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한다. 하지만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노력했다."
서튼 감독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같이 놀고, 게임을 즐겼다. 자기 삶의 일부를 나와 나누고자 했던 아이들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언어의 장벽은 있었지만,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한 기억"이라며 "어느 문화권에 있든, 가능하면 좋은 영향을 미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속내를 전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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