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복수의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손흥민 동료' 크리스티안 로메로(24·토트넘)를 '짐승'(animal)이라고 부른다.
피오렌티나, 비야레알 등에서 활약한 전 아르헨티나 대표팀 센터백 곤살로 로드리게스(38·은퇴)는 최근 아르헨티나 일간 'TNT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수비적으로, 로메로는 짐승이다. 누구도 부술 수 있다. 강하다"고 '후배 수비수'를 평가했다.
지난 3월 아르헨티나 대표팀 동료 리산드로 마르티네스(24·아약스)는 FIFA U-20 대표팀 동료이자 동갑내기인 로메로에 대해 "그는 짐승이다. (당신에게)달려들어 끝장낼 수도 있다"며 "대단히 성숙하고, 침착하다. 경합 상황에서 좋은 판단을 내린다. 최근 폼은 놀라울 따름"이라고 호평했다.
또 다른 대표팀 동료 미드필더 레안드로 파레데스(28·파리생제르맹)는 지난 4월27일 로메로의 생일 축하 메시지에 "짐승"이라는 표현을 썼다. 토트넘 동료인 이탈리아 출신 골키퍼 피에를루이지 골리니(27)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장담컨대, 이 녀석은 짐승"이라고 말했다.
애칭은 '규티'(Cuti)지만, 플레이스타일은 '규트'(Cute)와는 거리가 멀다.
로메로는 신장 1m85인 센터백이다. 흔히 말하는 '거구 수비수'는 아니다. 하지만 같이 뛰어봤거나, 로메로가 뛰는 모습을 지켜본 선수들은 하나같이 로메로의 짐승같은 매력과 파워풀한 플레이에 주목하고 있다.
로메로는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 체제에서 스리백의 오른쪽 수비를 맡는다. 수비시에 자리를 비우고 달려나가 과감한 태클로 강하게 압박한다. 손흥민이 지난 1일 레스터시티전에서 후반 15분 팀의 2번째 골을 넣을 때, 어시스트를 한 건 데얀 클루셉스키였지만, 그 이전 과정에서 두 차례 '엘리트 태클'로 공을 탈취한 건 로메로였다. 손흥민이 득점 후 로메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추켜세운 이유다.
손흥민은 경기 후 "혼자의 힘으로 골을 넣을 순 없다. 큐티는 위험을 감수하고 두번째 태클을 감행했다. 수비수라면 때때로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큐티는 비단 이 장면뿐 아니라 전체적으로도 굉장했다. 이 골(2번째)을 큐티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선수들이 올 때마다 신선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처음엔 서로에 대해 잘 몰랐지만, 지금은 서로를 이해한다. 큐티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모든 이들과 대화를 하길 원했다. 이런 행동이 우리를 점점 더 가깝게 만들었고, 이런 것들이 모든 걸 변화시켰다"고 엄지를 들었다. 로메로는 손흥민을 제치고 토트넘팬이 뽑은 레스터전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골리니는 로메로가 최근 몇 년간 스리백을 맡아 현재의 전술에 최적화됐다고 말했다. 아탈란타, 토트넘과 같이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을 활용하는 팀에 잘 맞는다는 것이다. 토트넘의 레스터전 3골은 모두 로메로가 지키는 오른쪽 지점에서 나왔다.
손흥민과 같이 전방에서 과감한 돌파를 시도해 골을 노리는 공격수에겐 뒤를 든든하게 받쳐줄 든든한 수비수는 꼭 필요하다. 대표팀에선 '괴물 수비수'로 불리는 김민재가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면, 토트넘에는 로메로가 있다. 그런 점에서 손흥민은 복 받은 공격수일지도 모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