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감독, 동료의 칭찬에도 '베테랑' 허일영(37·서울 SK)은 스스로 몸을 낮췄다.
허일영은 2009~2010부터 벌써 12시즌(상무 시절 제외) 째 프로 무대를 누비는 베테랑이다. 코트 위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경험했지만 올 시즌은 유독 특별했다. 프로 입문 뒤 처음으로 '이적'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FA) 자격으로 정든 고양 오리온을 떠나 SK의 유니폼을 입었다.
SK에서의 생활은 예년과 달랐다. 그는 이전까지 줄곧 팀의 주전 슈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식스맨'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정규리그 53경기에서 평균 18분32초를 뛰었다. 2011~2012시즌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평균 10분대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평균 득점도 6.6점에 머물렀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더 높이 날았다. SK의 정규리그 1위에 힘을 보탰다.
베테랑의 힘은 큰 무대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8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와의 챔피언결정 4차전(7전4승제)이었다. 허일영은 이날 25분28초 동안 13점-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94대79 승리에 앞장섰다. 경기 뒤 전희철 SK 감독이 "허일영이 오늘 수비에서도 잘 해줬다. 상대 한 명을 잘 붙들어줬다. 시리즈 내내 전열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 오늘 모처럼 허일영이 나와서 제 몫을 잘 해줬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SK는 선발로 김선형(34) 안영준(27) 최준용(28), 자밀 워니(미국·28)를 활용했다. 다만, 마지막 한 자리는 계속해서 변화를 줬다. 상대 수비에 맞춰 이현석 최원혁(이상 30) 오재현(23) 등을 활용했다. 하지만 공격에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다. 전 감독은 허일영을 투입해 공격과 수비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동료 역시 허일영의 공헌을 높이 평가했다. 허일영은 4차전 뒤 김선형 최준용과 함께 수훈선수 인터뷰로 선정돼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허일영이 자리 배치를 두고 고민하자 최준용이 "형이 가운데 앉아. 오늘 1등이니까"라며 예우했다.
허일영은 "3차전 패배 뒤 선수들끼리 모여 얘기를 많이 했다. 다독이며 파이팅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입을 뗐다.
그는 "난 운이 좋은 것 같다. (프로 데뷔)처음으로 팀을 옮겼는데 팀이 첫 통합우승을 노리고 있다. 오리온이란 팀은 이제 없어지지 않나. 숟가락을 잘 얹어서 잘 따라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리온은 현재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다.
허일영은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5차전 승리를 정조준한다. 허일영은 이적 첫 해 SK와 함께 사상 첫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안양=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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