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공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데뷔전을 치렀다고 하면 기분이 어떨까.
야구규칙 3.05 (a)와 (b)에 '투수는 최소 1명 이상의 타자를 상대해야 교체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타자 1명은 커녕 공 1개도 던지지 않고서 경기에 나섰다고 기록된 것이다.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났다.
미네소타 트윈스 신인투수 예니에르 카노(28)에 관한 얘기다. 12일(이하 한국시각) 타깃필드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다.
미네소타는 선발 크리스 아처가 3이닝 5안타와 3볼넷을 내주고 5실점하는 부진을 보이자 1-5로 뒤진 4회초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불펜에서 카노가 마운드로 뛰어나갔다. 웜업 피칭을 마치고 상대 타자 마틴 말도나도를 상대하려는 순간.
갑자기 타깃필드 하늘 위로 번개가 치더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심판진은 경기를 중단시켰고, 그라운드에는 방수포가 깔렸다. 선수들은 모두 더그아웃으로 퇴장했다.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심판진은 1시간 21분 경과 후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야구규칙상 카노는 마운드에 올라 경기에 출전한 것으로 된다. 다만 타자를 상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구 결과는 아직 모른다. 서스펜디드 경기가 속개돼야 그가 데뷔전을 어떻게 치렀는 지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그는 규정상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이날 치른 것으로 역사에 남는다. 공 1개도 던지지 않고 데뷔전을 가진 것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MLB.com은 "엘리아스 스포츠뷰로에 따르면 카노는 공을 한 개도 던지지 않았음에도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오늘 치른 것으로 레코드북에 기록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기록은 카노가 처음은 아니다. 1971년 9월 16일 휴스턴 투수 래리 욘트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9회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그런데 웜업 피칭을 하다 팔에 통증을 느꼈다. 트레이너가 마운드로 올라왔고, 결국 통증이 심해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욘트는 이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공을 한 개도 던지지 않고 메이저리그 데뷔전은 물론 메이저리그 투수로 기록된 것이다. 유일한 사례다.
미네소타는 전날 휴스턴전에서 엉덩이 통증을 호소한 대니 쿨롬을 이날 부상자 명단에 등재한 뒤 트리플A에서 카노를 불러올렸다. 경기 전 타킷필드에 도착한 카노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매우 설레고 긴장된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데뷔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경기는 13일 오전 1시10분 4회초 휴스턴 공격부터 시작된다. 당초 오전 4시30분 시작하기로 한 경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더블헤더다. 카노가 언제 다시 등판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낯익은 투수다. 2015년 11월 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등판한 적이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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