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도루 사인을 냈다. 그런데…."
SSG 랜더스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9대9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 초반 8-1까지 앞서며 손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듯 했지만, 경기 후반 필승조가 무너지며 9-9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상처 뿐인 혈전이었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장면이 있었다. 연장 12회초. 1사 후 추신수가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천금의 기회였다. SSG 벤치는 대주자 최상민을 투입했다. 1점을 내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대주자를 낸 의도는 명확했다. 도루 성공 가능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날 두산 포수 마스크는 내야수 김민혁이 쓰고 있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시즌 처음 콜업된 신예. 두산은 박세혁을 일찍 교체한 뒤 백업 포수 박유현이 6회 사구를 맞고 부상을 당해 초보 포수가 미트를 낄 수밖에 없었다. 투수 공은 그럭저럭 잡아도, 블로킹이나 2루 도루 저지 등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연장 내내 SSG가 주자만 나가면 매우 유리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나가지를 못했다. 그리고 12회 어렵게 잡은 찬스였다. 중심으로 찬스가 이어졌다. 누가 봐도 뛰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상민은 1루에서 움직일 생각을 안했다. 결국 최지훈이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고, 최 정이 삼진으로 아웃되며 이닝이 끝났다. 결과론적으로 2루 도루를 했어도 주자가 못들어올 상황이기는 했지만, 도루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은 건 미스터리였다.
김 감독은 18일 두산전을 앞두고 그 장면에 대해 "사실 도루 사인을 냈다. 뛰어서 죽어도 된다는 뛰라는 사인을 보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어 "그런데 스타트를 못했다. 도루도 순간적으로 자신있게 스타트를 해야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인 미스였는지, 선수의 자신감 부족이었는지 정확한 속내를 들여다보기는 어렵지만, 어찌됐든 김 감독은 답답함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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