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믿었던 외인타자는 "4번타자가 싫다"고 했다.
야시엘 푸이그(32·키움 히어로즈)는 21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서 모처럼 손맛을 봤다. 20일까지 42경기에 나와 타율1할9푼4리 4홈런으로 부진했던 그는 3회말 투수 주현상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담장을 넘겼다.
13일 KT 위즈전 이후 8일 만에 나온 홈런. 첫 타석에서도 무사 1,2루에서 적시 2루타를 날렸던 푸이그는 멀티히트로 경기를 마쳤다.
모처럼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푸이그는 경기를 마치고 "연습을 했던 것이 드디어 정확한 타격으로 이어지면서 좋은 타구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날 푸이그가 출장한 타순은 8번타순. 올 시즌 푸이그를 영입하면서 키움이 구상한 이상적 타순은 4번이었다. 이정후-푸이그-김혜성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중심타선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푸이그의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이 구상은 초반부터 어긋났다. 푸이그는 4번타자로 선발 출장할 시 타율이 2할1푼1리(114타수 24안타)에 불과했다.
'강한 2번'을 위한 2번타자 배치 역시 효과를 못봤다. 2번타자로 나선 경기에서 푸이그는 1할6푼7리(42타수 7안타)로 더욱 낮았다.
결국 8번 배치까지 꺼내들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개막 때부터 4번타자 해왔고, 2번타자로도 나섰다. 이 선수의 타격감을 올리는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는 것과 함께 일종의 '충격 요법'도 담겨 있었다.
푸이그는 타순 배치에 대해 "부담이 있다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없다"라면서 "KBO리그에서 2할대로 끝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에 더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을 덧붙였다. 푸이그는 "4번타자는 싫다. 잘 치더라도 4번타자를 피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특별한 이유에 대해 묻자 푸이그는 "그냥 싫어한다"고 답했다.
일단 8번타순에 외국인 선수를 배치해 재미를 본 경우는 있다. 2020년부터 2년 간 NC 다이노스는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를 주로 8번타순으로 기용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8테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8번타자와 환상 궁합을 보여줬던 알테어는 2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날리면서 하위타선의 핵이 됐다.
키움으로서도 당장 푸이그가 4번타자로 올라올 필요는 없다. 새롭게 4번타자로 자리를 잡은 김혜성은 21일 3루타 두 방을 날리며 정착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혜성은 푸이그와 달리 "내가 달라질 건 없다. 똑같이 생각하며 들어가고 있다"라며 큰 부담도 보이지 않았다.
중심타선에서 한 방 쳐주길 바랐던 외국인 선수의 깜짝 선언에 키움으로서는 타순 배치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안게 됐다.
고척=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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