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삑~.'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치 위 성남FC 선수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벼랑 끝에서 한 줄기 희망을 건진 투사들의 뒷모습이었다.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FC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원정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성남은 시즌 2승(3무9패)째를 거뒀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성남은 종전까지 13경기에서 단 1승을 거두는 데 그쳤었다. 최근 6경기에선 1무5패로 부진했다. 급기야 지난 18일 수원FC와의 홈경기엔 서포터즈가 '응원 보이콧'을 했다. 경기 뒤엔 김 감독이 팬들 앞에서 현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성남은 초강수를 뒀다. 뮬리치(28·세르비아), 팔라시오스(29·콜롬비아) 등 외국인 선수 전원을 완전 제외했다. 국내 선수만으로 최종 명단을 꾸렸다. 김 감독은 "국내 선수로만 꾸려서 왔다.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것은 우리가 승점 3점보다 승점 1점을 가지고 가기 위해서다. 어린 선수들이 명단에 많이 들어왔다.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 모습을 운동장에서 보고 싶다. 그들이 가진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킥오프. 경기는 팽팽했다. 성남과 서울 누구하나 물러서지 않았다. 분위기를 먼저 잡은 것은 성남이었다. 전반 22분 구본철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박수일의 스로인을 이종호가 골라인 앞에서 살려내 그대로 패스했다. 구본철이 이를 문전에서 밀어 넣어 두 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했다.
변수가 발생했다. 불과 3분 뒤 권완규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앞서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권완규는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성남은 경기 시작 25분여 만에 '수적열세'에 놓였다. 서울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맹공을 퍼부었다. 성남은 온 힘을 다해 서울의 공격을 막아 세웠다. 성남은 서울의 슈팅 16개(유효 슛 8)를 막아내며 값진 승리를 거머쥐었다. 성남 선수들은 경기 종료와 동시에 그라운드 위로 쓰러졌다. 성남 팬들은 그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결승골을 넣은 구본철은 "전반에 변수가 발생했다. 우리가 이전 경기를 보면 막판에 실점했다. 후회 없이 45분 뛰자고 했다. 권완규 형이 퇴장을 당하려고 당한 게 아니다. 형을 위해, 그리고 감독님을 위해 뛴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께서 많이 비판을 했다. (나는) 경기를 못 나갔을 때 한 번도 감독님을 원망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감독님은 좋은 사람이다. 항상 선수들을 배려한다. 선수들을 생각하는 자세를 갖고 계신다. 선수로서 감독님을 미워할 수 없다. 욕 먹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플거다.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 피말리는 경기였다. 정말 선수들이 진짜 승리를 위해서 열심히 해줬다. 열심히 뛰었다. 간절함의 승리지 않나 싶다. 우리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던 힘은 성남을 위해 응원해준 팬들이 계신 덕인 것 같다. 선수들에게 고맙고,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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