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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천직? '홈런 3위' 안치홍, 1루에선 '장타율 0.842' 거포 변신 [SC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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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축 처진 롯데 자이언츠 타선의 희망. 안치홍(32)이 연일 불을 뿜고 있다.

안치홍은 26일 SSG 랜더스전 7회,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쏟아지는 빗속 0-9로 지고 있던 팀이 가까스로 영패를 면한 한방이었다.

이로써 안치홍은 5월에만 무려 8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홈런 공동 3위(9개)에 올라섰다. 거포인 크론(SSG)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4월에도 타율 3할, OPS 0.8을 넘기며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5월 대폭발은 남다르다. 타율(0.308→0.320) 출루율(0.340→0.395)도 올랐지만, 무엇보다 홈런(1→8개)과 장타율(0.468→0.667)의 급상승이 눈부시다. 홈런 11개를 터뜨린 박병호(KT 위즈)와 더불어 5월 MVP에 이름을 올릴만한 타자 후보다.

5월 들어 8승13패로 주춤거리는 팀의 희망이다. 2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다리 타박상을 안고도 홈런을 쏘아올리는 투혼을 보였다.

특히 '1루수' 안치홍의 성적이 남다르다. 주 포지션인 2루로 뛸 때보다 방망이가 한층 뜨거워진다.

1루수로 나선 5경기에서 안치홍은 타율 4할7푼4리(19타수 9안타 2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388을 기록했다. 특히 0.842에 달하는 장타율이 돋보인다. 2루수 안치홍의 성적은 타율 2할9푼3리(147타수 43안타 7홈런) OPS 0.863이다.

물론 표본이 매우 적다. 5월 들어 타격감이 올라온 안치홍이 팀 상황에 맞게 1루로 출전하면서 맞물린 결과일 수도 있다. 안치홍은 최근 5경기에서 타율 5할(16타수 8안타) 3홈런 4타점 OPS 1.704(장타율 1.125)를 기록했다. 이중 4경기에서 1루수였다.

수비 부담이 적은 1루가 보다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일 가능성도 있다. 안치홍은 지난 5월 6일 부산 삼성전에도 1루수로 출전했다. 이날 롯데는 졌지만, 안치홍은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사실 안치홍에게 1루는 일종의 트라우마다. 친정팀 KIA 타이거즈에서 롯데로 FA 이적한 이유 중 하나가 포지션이었다. 당시 KIA는 안치홍이 2루보다는 1루에서 보다 장타력에 초점을 맞춰 자리잡아주길 바랐기 때문.

하지만 안치홍은 롯데 3년차인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1루 연습을 시작했다. 수비 연습 조 구성 자체가 이대호 전준우 정 훈 김주현으로 구성된 '1루 팀'이었다.

롯데 1루는 포화상태 같았다. 주전 1루수 정 훈이 있고, 전준우도 올시즌부터 1루 연습을 소화했다. 이대호도 지명타자를 제외한 수비 포지션은 1루 뿐이다. 한동희의 1루 전향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김주현도 퓨처스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안치홍과 전준우가 '1루로 뛸 수도 있다'는 점이 경기 운영에 유연성을 부여한다. 경기 후반에 1루로 이동해 수비를 강화할 수 있고, 시즌 도중 부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 준비가 빛을 발하고 있다. 정 훈과 전준우, 한동희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안치홍이 1루로 이동하고, 2루는 김민수와 배성근이 교대로 맡고 있다. '2군 4할타자' 이호연도 2루가 가능한 선수다. 경쟁 포지션이 2루로 바뀜에 따라 신인 한태양도 최근 콜업, 데뷔 첫 선발 출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포구와 송구에는 능숙하지만, 투수의 1루 커버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매끄럽지 않다. 하지만 안치홍은 노장 이대호(5월 타율 0.378)와 함께 '물먹은' 타선을 이끌며 분투중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