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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스토리]구단 프런트 6개월차 유한준, 배트보다 노트북이 더 익숙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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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토스배팅 때, 후배 선수들에게 공을 올려주는 모습이 여전히 낯설다. 경기가 시작되면 그는 더그아웃이 아닌 포수 뒤 관중석에 자리한다. 급하면 선수로 뛰어도 될 것 같은데, 이제 6개월차 구단 프런트 신분이다.

지난 겨울 선수 은퇴한 유한준(41)은 선수 때보다 더 바쁘게, 구단에서 마련해준 지도자 수업 과정을 밟고 있다. 유한준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수원 유신고-동국대를 거쳐 2004년 현대 유니콘스 입단. 오랜 기간 히어로즈의 중심타자, KT 위즈의 주축타자로 열심히 살았다. 지난 5월 14일 열린 은퇴식에서 유한준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뿌듯함이 컸다. 두 딸이 은퇴식에 함께 해 의미를 더했다.

7년 전 FA 유한준은 히어로즈를 뒤로하고 KT로 이적해, 고향팀이 우승전력으로 커가는 과정을 함께 했다.

최근 수원 KT위즈파크에선 만난 유한준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지난 6년간 팀과 함께 성장해 자부심을 느낀다. 감사한 일이다. 성적뿐만 아니라 고참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의 영입이었을 것이다. (지난해)첫 우승을 보고 은퇴해 행복했다"고 말했다.

배트 대신 노트북을 챙기고, 글러브보다 사무용품이 더 친숙해졌다. 선수단 라커가 아니라 구단 사무실로 출근할 때, 더이상 선수가 아니라는 걸 실감한다.

"구단이 기회를 주셔서 연수중이다. 지도자 소양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프런트 경험을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신경써 주셔서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지난 1월부터 운영, 스카우트, 전력분석팀을 거쳤다. 다른 구단에도 전례가 없는 연수 프로그램이다. 아직 정해진 보직이 없다. 구단 관계자는 해외 지도자 연수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두터운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매니저 유한준은 선수 시절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알아가고 있다. 그는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다. 다른 시야로 야구를 보고 있다"고 했다.

많은 야구인들이 '선수로 1년 더 뛰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지막 시즌에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9리(282타수 87안타), 5홈런, 42타점, 30득점을 기록했다. 끝까지 임팩트있는 활약을 했다. 그때마다 유한준은 "배터리가 소진됐다"고 말한다. 선수 때나 구단 프런트 신분인 지금이나 그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운영팀 내 여러 파트를 거치면서, 참 많을 것을 느꼈다.

그는 "전부를 경험한 게 아니라, 얼마 안 되는 경험으로 말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전력분석 데이터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해 나온 결과라는 걸 알았다. 신인이 들어오면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스카우트 파트에서 보니 그냥 영입이 아니라 오랜 시간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라는 걸 알았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다"고 했다.

경기는 관중석에서 전력분석팀원들과 함께 본다. 더그아웃에서 체감하지 못했던 것들, 투수가 던진 공의 무브먼트, 수비 전체가 보인다. 경기중 더그아웃 한쪽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이다. 새롭고 또 새롭다.

지난 오프 시즌에 히어로즈 시절 함께 뛰었던 박병호가 합류했다. 히어로즈가 최강전력으로 자리잡을 때 중심타자로 함께 했던 후배다.

"병호가 1년 정도 함께 뛰는 줄 알았다고 한다. 선수 은퇴해 프런트로 일한다고 하니 서운해 하더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지만 워낙 자기 관리에 철저한 최고 선수라 따로 해줄 말이 없다. 병호가 하는 말을 들어주는 정도다"고 했다.

히어로즈 선수로 뛸 때 유한준은 말수가 적고 성실한 모범생이었다. 야구에 집중하는 선수였다. KT 선수 유한준은 박경수와 함께 젊은 팀의 믿음직한 리더였다. 이제 성실한 직장인처럼 구단 업무를 배우고 있는 프런트다.

수원=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