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종 bhc 회장이 체면을 구겼다. 치킨업계 경쟁사인 BBQ의 내부 전산망 불법 접속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bhc는 2013년부터 9년간 BBQ와 21건의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양사의 법적 다툼에 있어 bhc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원 "죄질 가볍지 않아" 치킨 전쟁 새국면
15일 치킨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동부지법 형사 11단독(부장판사 정원)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현종 bhc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회장은 2015년 7월 불법으로 습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영업 비밀을 침해한 혐의로 2020년 11월 기소됐다. 검찰은 박 회장이 사내 정보팀장에게서 A씨와 B씨의 전산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 당시 BBQ와 진행 중이던 국제중재소송 관련 서류를 열람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범행 특성상 직접증거가 없는 게 당연하고 검찰이 제출한 간접증거들을 보면 타인의 아이디와 비번을 무단 도용해 접속한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기업 분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 회장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증거를 조작한 것이 아닌 중재 소송과 관련한 bhc 측의 사실을 밝히려는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여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4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고 명백한 증거를 두고도 법정에서 거짓 주장을 했다"며 박 회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BBQ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BBQ 법률 대리인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경쟁사 전산망 해킹 행위에 그치지 않고, 박 회장이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경쟁사인 BBQ 전산망을 해킹해 당시 진행 중이던 200억 원대 중재 재판의 주요 자료를 열람한 거대한 범행의 동기와 피해자 BBQ에 준 피해를 고려하면 통상의 전산망 무단 접속 사건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중대 범죄임을 고려할 때 선고 결과는 다소 가벼운 처벌"이라면서도 "수년에 걸쳐 박현종 회장과 bhc가 자행한 불법 행위 중 극히 일부지만 비로소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재판 결과는 BBQ와 bhc 간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BQ는 이번 형사 소송에서 bhc 박 회장이 BBQ 내부망에 불법 접속해 자료를 열람한 혐의가 인정된 만큼 검찰 수사 내역을 기존 민사소송 증거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bhc와 BBQ는 현재 다양한 민·형사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소송으로는 2400억원 상당 물류계약해지 손해배상소송, 540억원 규모 상품공급계약해지 손해배상 청구 등이 있다.
BBQ는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다른 불법 행위에 대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BQ는 이달 28일 bhc와 상품물류용역계약 관련 소송 2심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bhc의 오너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bhc, 즉각 항소 "납득하기 어렵다"
프랜차이즈기업의 오너리스크는 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너가 직접 불법행위에 나선 것이 최종 '법적 판단'을 받게 될 경우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1심 결과로 인한 bhc의 기업 이미지 타격에 따른 피해가 가맹점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리스크는 본사의 문제를 넘어 가맹점에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왔다"며 "기업 이미지 타격에 따른 기맹점 피해가 전가 될 수 있는 만큼 회사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bhc는 박 회장의 유죄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할 계획이다. bhc 관계자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이 향후 양사 간 민·형사 소송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만큼 가맹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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