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렇게 인터뷰하는 거 살면서 처음이에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K리그1 구단 입단부터 K리그 데뷔까지, 제주 유나이티드 신입생 김범수(22)는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불과 몇 주 전까지 서울중랑축구단 소속으로 K4(4부)를 누비던 이 무명의 신인은 3부리그와 2부리그를 건너뛰고 곧바로 1부팀에 입단하는 동화 같은 스토리를 썼다.
유명가수와 동명이인이란 사실 외에도 2000년생으로 여전히 22세이하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김범수가 만기 전역한 사실은 더욱 화제가 됐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5기갑 여단에서 보병으로 근무했다. 제대 후에는 K7리그 동두천 TDC에 몸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팬들은 김범수를 K리그판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라고 부른다.
2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17라운드를 끝마치고 만난 김범수는 "군 시절 개인 정비 시간에 개인 훈련을 하고 몸을 만들었다. 그래도 프로 선수의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범수가 세워놓은 현실적인 목표는 K3리그였다. 양주시민축구단, 김해시청 등 K3리그 테스트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그는 3부리그에만 다다라도 정말 행복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주 입단 테스트 기회가 찾아왔다. 김범수는 "긴장됐다.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테스트 결과는 '합격'. 남기일 제주 감독은 김범수의 빠른 스피드와 저돌적인 플레이가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김범수는 "실감이 안 났다. 뽑아주셔서 감사한 마음 뿐이었다. 죽기살기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부모님은 눈물을 흘리면서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주민규 이창민 등 TV에서나 보던 스타 선수들과 일주일여 훈련한 김범수는 21일 또 한번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대구전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
김범수는 "나도 마지막에 가서야 알았다. 그래서 부모님께도 말씀 못 드렸다. 아마 내가 K리그 경기에 뛰었다는 걸 모르고 계실 것 같다"며 웃었다.
남 감독은 김범수가 경기 전 "엄청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대팍' 위에 선 김범수에게선 긴장한 기색이라곤 느낄 수 없었다.
빠른 스피드로 대구 간판 수비수 정태욱을 괴롭혔다. 전반 36분, 김주공과 교체될 때까지 정태욱 이진용의 경고를 얻어내고 헤더슛까지 시도했다. 전반 초중반, 경기장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세징야, 주민규가 아닌 김범수였다. 김범수는 "내가 잘 했다기보단 옆에서 형들이 많이 도와주고 말도 많이 해주면서 자신감을 돋웠다"며 "직접 뛰어본 K리그는 확실히 템포, 전술, 개개인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달랐다. 벽을 느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제주는 이날 후반 추가시간 3분 대구 조진우에게 실점하며 0대1로 분패했다. 김범수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유일한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남 감독은 "본인이 가진 모든 플레이를 잘 했다.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고 합격점을 매기며, 계속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고작 한 경기로 선수를 평가할 순 없지만, 스피드 하나로 대구 수비진을 당황케한 장면은 김범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대구=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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