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스크라이크를 던지면 5만원이다, 여기서 잡으면 30만원이다, 이런 식으로 재미있는 생각을 하면 긴장감이 좀 다운된다."
공 하나로 승부가 갈릴 수도 있는 '타이트'한 상황에서, 강심장을 타고난 최고 마무리 투수라고 해도 압박감을 쉽게 털어내기 어렵다. LG 트윈스 24세 ??은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데 막힐 때가 있으면, 재미있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누군가의 조언이 아닌 스스로 터득한(?) 자기암시 노하우다.
2022년 6월, 지금 고우석은 KBO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다. 30경기에서 1승1패20세이브, 평균자책점 1.93을 올렸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19세이브),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17세이브)을 제치고 구원 단독 1위다. 총 28이닝을 던지면서 삼진 34개, 4사구 16개를 기록했다.
고우석의 등장은 곧 LG 승리를 이어지는 공식이다. 지금까지 블론세이브 '0'이다. 시속 150km대 돌직구, 슬라이더에 커브를 더해 더 강력해졌다.
비가 쏟아지는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마주한 고우석은 "경기 전에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준비하는데 이런 부분이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고 다소 평이한 호투 비결을 설명했다. 2019년 뒷문을 맡아 35세이브를 올렸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고우석은 "최다 세이브 기록 보다 실패가 없는 게임을 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상당히 빡빡한, '터프'한 상황에서, 자주 호출이 떨어졌다.
"올해는 유난히 점수차가 크게 나다가도 금방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3점 정도는 쉽게 나는 것 같다. 그런 상황이 많아 항상 긴장을 하게 된다."
팀이 꼭 이겨야할 상대, 꼭 잡아야할 경기에서 승리를 결정지으면, 온몸에서 엔돌핀이 팍팍 분출하지 않을까. 고우석은 이런 상황을 이야기할 때 '상기된다고' 표현했다. 그는 "(코칭스태프가) 저에게 믿고 맡겨주
시니까 더 책임감이 생긴다"고 했다.
어린 시절 LG팬이었던 그는 팬 사랑이 남다르다. 팬의 고마움을 아는 선수다. 사인 요청을 끝까지 친절하게 응대하는 걸로 칭찬이 자자하다.
"경기가 끝나고 퇴근이 늦은 편이다. 아무 가장 늦게 경기장을 나설 것이다. 그런데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있다. 무조건 가야 한다."
4년 전 가을, 선배 봉중근 은퇴식 때,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오열하는 고우석'으로 나갔다며 웃었다. 긴 시간 함께 한 것도 아니고, 인연이 깊은 것도 아니다. "'몸을 아끼지 말라. 아픈 것도 참아내고 어떻게든 경쟁에서 이겨야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런 선배가 관중석에 공을 던져주지도 못할 정도로 (어깨가)안 좋은 걸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다음 달 예정된 박용택 은퇴식 때, 또 울컥해 눈물을 보일까. 벌써부터 궁금해하는 팬들이 있다.
'수호신' 고우석이 있어 트윈스는 행복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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