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7이닝 투구요? 아무 의미 없습니다."
팀의 에이스다운 역투를 펼치고도 양현종(34·KIA 타이거즈)은 웃지 않았다.
양현종은 29일 고척 키움전에서 7이닝 1실점 역투를 펼쳤으나, 팀의 0대1 패배로 패전 투수가 됐다. . 키움의 토종 에이스인 안우진과의 빛나는 투수전 속에 집중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침체된 팀 타선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했다. 아쉬울 만 했던 승부,
양현종은 안우진과의 투수전과 7이닝 투구에 대해 묻자 "내겐 의미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야구는 결과로 말한다"며 "내가 적은 이닝을 던지고 실점하더라도 팀이 이긴다면 큰 의미가 있겠지만, 아무리 많은 이닝을 던지고 무실점 투구를 해도 팀이 진다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내가 1점을 주지 않았다면 팀이 이길 수도 있었다"며 "(결국 개인 활약보다 팀이라는 걸) 매 경기를 치르면서 느낀다"고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KIA로 돌아온 양현종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던져왔다.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각 팀 선발 투수들이 하나 둘 씩 휴식에 들어가는 가운데, 세 달 가까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온 양현종에게도 휴식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KIA 김종국 감독은 "한 차례 휴식을 권유하긴 했는데, 본인이 '괜찮다, 던지겠다'고 한다. 한 번 더 물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양현종은 "10일을 쉬고 오는 것도 좋지만, 투구 밸런스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특별히 몸이 아프진 않다. 매년 그래왔듯 많은 경기-이닝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특히 지금 팀이 5명의 선발 로테이션 체제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가 쉰다면 타격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내가 부진하고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팀을 위해 빠지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계속 던지고 싶다"며 "내가 등판할 때마다 동료들이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을 많이 느낀다. 때문에 30경기 이상 출전하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는 목표에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타선의 기복과 투수진의 피로 누적 속에서도 KIA는 여전히 중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 김 감독은 투수 최고참 양현종을 비롯해 김선빈(33), 최형우(39), 나성범(33) 등 베테랑이 바꿔놓은 팀 문화를 이유로 꼽고 있다. 양현종은 "패배의식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시즌 초 힘든 시기에 형우형이나 선빈, 성범이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며 "이전엔 2경기를 이기고 1경기를 질 때도 '그럴 수도 있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한 경기만 내줘도 선수들이 분해하는 투쟁심이 보인다"고 소개했다.
양현종은 최근 올스타 팬투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다가오는 올스타전 선발 투수 자리가 유력한 상황. 이를 두고 양현종은 "지금은 그런 부분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팀이 이런 상황인데…"라고 답했다. 대투수의 시선은 오로지 '팀 퍼스트'에 맞춰져 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