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정말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피를 보고 손이 막 떨리더라."
'사고'가 벌어진 다음날. 김광현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2일 인천 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4회초 KIA 공격 2사 3루. SSG 선발 투수 김광현이 던진 145km짜리 직구가 손에서 빠지면서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얼굴을 맞췄다. 소크라테스는 곧바로 바닥에 쓰러져 통증을 호소하다가 스스로 일어나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에 탑승했다. 야구장에는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그만큼 끔찍한 사고였다. 소크라테스는 원정 관중들을 향해 괜찮다는듯 손을 한번 들어보이고 구급차에 탔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도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았다. 결국 병원 검진 결과 코뼈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 소크라테스는 3일 광주로 이동해 조선대병원에서 정밀 재검진을 받고 최종 일정을 조율한다. 일단 붓기가 심해서 가라앉을 때까지는 수술 일정을 잡을 수 없다.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공을 던진 김광현이었다. 3일 KIA전을 앞두고 만난 김광현은 "어제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고 했다. 김광현은 "정말 너무 놀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당장 소크라테스에게 가서 미안하다고 했어야 했는데, 너무 당황해서 그러지를 못했다. 타석 근처에 다가갔더니 흙 위에 피가 뿌려져있는 것을 보고 손이 떨리더라. 너무 미안하고 걱정됐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학창 시절까지 통틀어서 김광현이 헤드샷으로 상대 타자를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후 경기 결과는 의식이 되지 않을 만큼 온통 소크라테스에 대한 걱정만 했다고 했다. 김광현은 "팀 매니저님에게 부탁해서 소크라테스의 상태를 계속 알려달라고 했다. 다행히 연락이 닿았고, 통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경기 도중 전화를 걸었다.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일부러 그런 것은 당연히 아니고, 하나 빠지면서 그렇게 됐다.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소크라테스는 정말 대인배더라. 경기 중에 일어난 일이라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냐. 자기는 괜찮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광현의 마음을 무겁게 한 대목은 소크라테스의 다음 멘트였다. 소크라테스는 김광현에게 "빨리 나아서 너랑 다시 붙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김광현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더욱 미안해졌다. 마음이 좋지 않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직접 찾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소크라테스가 광주로 이동했고, 아직 수술 일정도 잡지 못해 병문안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광현도 소크라테스의 추후 상황을 매니저를 통해 계속해서 듣고 있다. 그는 "그 상황에서 내가 처세를 잘못(사과)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 KIA 팀도 최근에 분위기가 좋은 상황은 아니라 더 미안했다. 소크라테스가 빨리 쾌유해서 다시 건강하게 만났으면 좋겠다"고 원활한 회복을 바랐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