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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브라질 남쪽 작은 도시, 카시아스두술에서 열린 데플림픽, '동메달 1개'가 목표라던 박 감독의 '원팀'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비장애인 유니버시아드 메달리스트 출신 '40대 맏형' 이창준(42·서울시청)이 22세 어린 오세욱(20·수원시장애인체육회)과 함께 나선 남자복식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조를 완파하고 데플림픽 사상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압도적 기량으로 남자단식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모윤자(31·경북장애인체육회)와 혼합복식 은메달도 합작했다. 남자복식 신철진(22·경남장애인체육회)-김종국(27·서울시장애인체육회)조, 여자복식 이지연(34·충남장애인체육회)-모윤자조도 나란히 동메달을 획득했다. 모윤솔의 여자단식 동메달, 여자단체(모윤자ㆍ모윤솔ㆍ이지연ㆍ김서영) 동메달까지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를 휩쓸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전까진 2013년 삼순 대회 이창준-모윤자의 혼합복식 동메달이 유일했던 한국 탁구가 대반전 드라마를 썼다. 출전선수 전원이 메달을 걸고 금의환향했다. 6월말,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서울시장애인체육회 탁구단 훈련장서 마주한 박 감독은 "이제 다음을 준비할 때"라며 다시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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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 주니어 국가대표 출신의 박 감독은 20년 가까이 장애인 탁구계에 몸담아온 보기 드문 지도자다. '은사' 이일규 감독의 권유로 2004년 아테네패럴림픽 때 트레이너로 합류하면서 장애인탁구에 입문했다. 2012년 런던패럴림픽 김영건(TT4), 2016년 리우패럴림픽 남자단체전(김영건, 김정길, 최일상·TT4~5)의 금메달을 이끌었고, 지난해말 지휘봉을 잡은 데플림픽 대표팀에서 6개월만에 또다시 역사를 썼다. 박 감독은 "주위 사람들이 농반진반 개과천선했다고들 한다. 학창 시절 방황도 많이 했다. 선수들을 통해 배우고 깨달으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 내게 장애인탁구는 선물이자 인생의 터닝포인트"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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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 선수 출신 장애인탁구 사령탑' 박 감독의 궁극적인 꿈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진짜 원팀, '통합탁구'팀이다. "폴란드의 한팔 탁구선수 나탈리아 파르티카는 국가대표로 올림픽,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한다. 데플림픽 결승에서 맞붙은 우크라이나 선수는 비장애인 클럽에 소속돼 유럽리그를 뛰고 있다. 대만 선수는 초등학교 지도자로 비장애인 엘리트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탁구는 통합 경쟁이 충분히 가능한 종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애는 장애일 뿐, 얼마나 간절하게 열정을 갖고 끝까지 도전하느냐의 문제다. 지체장애든, 청각장애든 비장애인 선수 출신인 내가 지난 20년간 장애인 탁구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점"이라고 역설했다.
박 감독은 "지자체 팀은 물론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기업팀이 생겼으면 좋겠다. 비장애인, 지체장애인, 농아인들이 하나의 팀 안에서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남녀종합탁구선수권에 이벤트로라도 지체장애인, 농아인 대회를 함께 치르는 걸 제안하고 싶다. 탁구로 하나 돼서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을 수 있다. 같이 땀흘리다 보면 벽이 허물어진다. 함께 달리다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고 했다. "탁구는 하나다. 같은 실업팀 안에서 장애, 비장애선수가 동등하게 경쟁하고, 공존하며, 모두의 꿈을 키워나가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한국 탁구는 올림픽, 패럴림픽, 데플림픽 모두 효자 종목이다. 차별 없는 세상에서 모든 선수들이 꿈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장애인선수들의 실력은 향상되고, 비장애인 선수들은 이 선수들을 보며 더 열심히 뛰게 된다. 시너지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 인터뷰를 보고 많은 기업에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이뤄질 거라 믿는다"며 미소 지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