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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훈에서 만난 박정은 BNK 썸 감독 "지난 시즌 개막전 가장 힘들었다. 올 시즌 시즌 길~게 치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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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부산 BNK 썸 박정은 감독(45)은 전설적 여자프로농구 포워드다.

부산 동주여상 시절부터 전국 최고 선수 중 하나였던 박 감독은 삼성생명에서 19년을 뛰면서 여자농구 역사상 최고의 스몰포워드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다재다능했다. 포인트가드 역할부터 파워포워드까지 모두 최상급 경기력을 보였다. 삼성생명의 에이스였고, 국가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주전 스몰포워드였다.

당시 신예였던 우리은행 김정은은 이름이 똑같은 박정은만 매치업이 되면 맥을 추지 못했다. 당시 김정은은 "박정은 선배는 나에게 거대한 벽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특이한 이력을 썼다. 은퇴 이후 삼성생명 코치를 거쳐, WKBL 경기 본부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2021년 3월 BNK 썸이 2대 감독이 됐다.

전임 유영주 감독에 이은 WKBL 6개 구단 유일한 여성 감독이었다.

부정적 시선도 있었다. BNK는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이다. 박정은 감독도 짧은 코치 생활이 있었지만, 사령탑은 초보였다.

시즌 초반 1승10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결국 BNK를 창단 첫 4강에 올려놨고, WKBL 역사상 첫 플레이오프 진출시킨 여성 사령탑이 됐다.

박정은 감독을 5일 BNK가 훈련하는 제주 전지훈련에서 만났다. 5일 오전 BNK 선수들은 10km의 로드워크를 강행했고, 오후에는 제주 조천리의 한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땀을 흘렸다.

그는 "지난 시즌 개막전을 치른 뒤 절망감이 들었다. 시즌 전 준비했던 부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선수들의 습관이 코트에서 그대로 나왔고, 그 상황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모든 준비가 물거품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부터 돌아봤다. "선수들과 내가 언어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개인 능력은 있지만, 팀 플레이가 되지 않는 선수들이 많았다. 꿰는 작업이 필요했는데, 전체적으로 내가 섬세하게 지휘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일단 언어를 맞춰보자고 생각했다. 소통을 강화했다. 최대한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같이 호흡하려 노력했다"며 "4라운드부터 뭔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선수들도 간절함이 있었다. 최대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선수들과의 소통과 호흡이 맞춰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WKBL 역사상 최초 포스트 시즌을 이끈 여성 사령탑이다. 박 감독은 "운이 좋았다. 전임 유영주 감독이 토대를 잘 닦아 놓으셨다.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를 당연히 이겨야 하지만, 선수들에게 충분히 PO에 대한 경험을 많이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지도자로서 성장도 현재진행형이다. 박 감독은 "전체적 경기 맥락을 잡는 것, 선수교체를 좀 더 여유롭게 하는 것을 지난 시즌 초반 많이 놓쳤다. 또, 흐름을 넘겨줬을 때, 고집을 부리면서 타임을 늦게 불렀을 때도 있었다. 그런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 다음 시즌은 조금 더 치밀하게 작전을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선수들이 순간순간 창의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지도를 하고 싶다"며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좀 더 길게 시즌을 치르고 싶다. BNK는 시원시원하고 우당탕탕하는 농구가 강점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플레이들도 나온다. 투박한 부분은 잘라내고 좀 더 정리되고 깔끔한 농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