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최근 SSG 랜더스 불펜에서 가장 돋보이는 투수가 있다.
개막전부터 1위를 달리고 있는 SSG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6월 불펜진 성적이 좋지 못했다. 6월 팀 불펜 투수 평균자책점이 6.29로 10개 구단 중 꼴찌다. 초반에 점수를 뽑지 못하면 경기 후반 타이트한 경기가 연이어 펼쳐졌다. 불펜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위기의 6월에도 구원군이 탄생했다. 입단 9년만에 비로소 주목을 받는 우완 불펜 투수 서동민이다. 시즌 초반 6일간 1군에 등록됐으나 한번도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서동민은 6월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다소 편한 상황에 등판해 1이닝씩을 맡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안정감이 있었다. 6월 12일 한화 이글스전(1이닝 무실점)에서 프로 데뷔 후 첫 홀드를 기록한 서동민은 점점 더 비중이 커졌다. 6월 22일 두산 베어스전(1이닝 무실점)에서 데뷔 첫 승(구원승)을 거둔 그는 지난 주말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에서는 2연투를 펼치며 이틀 연속 홀드를 기록했다.
2일 경기에서는 김택형이 1점을 허용하며 KIA에 1점 차로 쫓기고 있던 7회초 위기 상황에 등판했다. 실점 직후 1사 2,3루에 마운드를 물려받은 서동민은 박동원과 류지혁을 연속 삼진 처리하면서 KIA 타선에 찬물을 끼얹었다. 8회에도 완벽한 삼자범퇴. 상대 추격 의지를 꺾은 호투였다.
김원형 감독은 다음날인 3일에도 절정의 순간 서동민을 선택했다. 선발 이태양이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고 물러났고, 8회 등판한 서동민은 이닝 선두 타자 김도영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박찬호-김선빈-나성범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순 타자들을 공 11개로 모두 범타 처리했다. 시즌 첫 등판 이후 13경기만의 자책점, 7경기만의 실점이었지만 오히려 다음 타자들을 더 힘껏 상대해 잡아냈다.
주무기는 슬라이더다. 3일 KIA전에서도 그가 던진 15구 중 11구가 슬라이더였다. 그만큼 슬라이더가 주무기고, 구사율도 높은 투수다. 김원형 SSG 감독은 "스피드가 빠르지는 않지만, 느린 화면을 보니 종으로 떨어지더라. 타자들이 타구를 때려내기 힘든 코스"라면서 "마운드 위에서 투지도 있는 선수다. 지난 KT 위즈전 4-1 리드 상황에서 등판해 결과가 좋지 않았었는데(0이닝 3실점 비자책), 다음날 또 나가서 마운드 위에서 화를 내면서 던지더라(2이닝 무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2014년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SK(현 SSG)의 2차 6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이후 육성 선수 전환 등 우여곡절 끝에 2020년에서야 1군 무대를 처음 밟은 서동민. 지난해부터 1군에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더니, 올 시즌 마침내 꽃 피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겹경사도 있다. 그는 오는 16일 결혼식을 올린다. 상대는 여자프로배구선수인 김연견(현대건설)이다. 예비 신부의 '비시즌'인 여름에, KBO리그 일정을 피해 올스타전 당일에 결혼식 날을 잡았다.
1군 활약과 더불어 인생 2막 진입.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게 서동민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