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11의 수적 열세, 홈 패배 위기 속에 이병근 수원 삼성 감독의 '절체절명' 용병술이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수원 삼성이 6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20라운드 수적 열세를 딛고 대구FC와 1대1로 비겼다.
지난 5월 8일 부임 후 '친정' 대구와의 첫 맞대결에서 0대3으로 완패한 이병근 수원 감독은 홈에서 필승 결의를 분명히 했다. "이번엔 '리벤지(복수)'할 겁니다. 선수들에게 꼭 이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대구 시절부터 가장 잘 아는 '세징야 공략법'을 집중 연마했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긴급 수혈한 마나부, 안병준 등 공격자원을 모두 선발, 교체명단에 올렸다. 세징야를 틀어막은 후 이날 부산 아이파크에서 공식 영입을 발표한 안병준을 후반 25분 이후 투입, 승부수를 띄울 계획도 밝혔다. 6경기 무패(3무3패)를 끊어내고자 하는 의지는 결연했다.
전반 중반까진 팽팽한 접전이었다. 그러나 전반 28분 '임대 이적생' 정호진의 퇴장이 뼈아팠다. 전남에서 수원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선 첫 경기, 의욕이 넘쳤다. 세징야에게 깊은 태클을 가하며 경고누적, 레드카드를 받아들었다. 체감기온 33도, 폭염의 그라운드에서 수적 열세는 치명적이었다. 불과 1분만에 대구의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29분 대구의 코너킥 찬스, 세징야의 날선 크로스에 이은 이태희의 헤더를 수원 골키퍼 양형모가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이후 흘러나온 볼을 조진우가 왼발로 밀어넣었다. 지난달 21일 17라운드 제주전(1대0승) 짜릿한 헤더 극장골에 이은 시즌 2호골. 축구게임 '피파온라인4'에서 상대를 농락하는 유명한 골 세리머니, '풍차돌리기'로 화제몰이를 했던 '99년생 수비수'는 이번에도 흥을 참지 않았다. 제주전 결승골 후 "'호다닥'(풍차 돌리기)을 하고 나서 '빅맨'까지 보여주려 했는데 누가 뒤에서 목덜미를 잡아서 못했다. 다음에는 '빅맨'까지 추겠다"던 공약을 수원 원정에서 지켰다. 온라인 게임이 현실 그라운드에서 재현됐다. 분위기는 대구 쪽으로 넘어갔다. 수원은 5-3-1 포메이션으로 버티며 간간이 역습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대구가 67%의 점유율을 유지한 채 1-0으로 전반을 마쳤다.
그러나 후반 안방 팬들의 불꽃 응원을 등에 업은 수원의 분투는 무서웠다. 후반 시작과 함께 이 감독은 강현묵을 빼고 '왼발 달인' 이기제를 투입했다. 후반 16분엔 김태환, 김건희를 빼고 장호익, 오현규를 투입했다. 한발 더 뛰는 수원의 투혼에 흔들린 건 오히려 대구였다. 후반 22분 이 감독의 용병술이 거짓말처럼 적중했다. 수원의 코너킥, 이기제의 왼발 크로스에 오현규가 날아올랐다. 고공헤더로 골문을 활짝 열어젖힌 후 펜스를 훌쩍 뛰어넘어 홈팬들을 향해 질주했다. 가슴의 엠블럼을 가리키는 세리머니, '수원의 자부심'이었다.
예정됐던 후반 25분 수원은 마나부를 빼고 안병준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BTS의 '불타오르네'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여름밤 빅버드는 뜨겁게 불타올랐다. 가마 대구 감독은 후반 31분 황재원, 안용우, 정치인 등 3명을 한꺼번에 투입하며 맞불을 놓았다. 결국 치열했던 승부는 1대1로 막을 내렸다.
올 시즌 원정에서 6무3패를 기록해온 6위 대구가 원정 10경기만의 승점 3점을 눈앞에서 놓쳤다. 11위 수원은 7경기 무승(4무3패)을 기록했지만 10대 11의 전쟁, 비긴 듯 이긴 경기였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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