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1933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도입된 건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맞붙는 걸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요청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며, 당시 시카고 트리뷴의 아치 워드 기자가 시카고 세계박람회 이벤트 일환으로 아이디어를 내 코미스키파크에서 역사적인 첫 올스타전이 열렸다.
제1회 대회부터 올스타전 출전 선수는 팬투표로 결정됐다. 올스타전은 팬들을 위한 행사이고, 팬들이 주인이라는 생각은 KBO와 NPB도 마찬가지다.
올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92번째 대회로 오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메이저리그는 9일 팬투표로 선정된 양 리그 '베스트 9'을 발표했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는 앞서 1차 투표에서 각 리그 최다 득표를 해 2차 투표 없이 외야수 부문 각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날 나머지 8개 포지션에 대한 2차 투표 결과에 따라 스타팅 멤버가 확정된 것이다.
결과를 놓고 가장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포지션은 아메리칸리그 지명타자다. 왜냐하면 팬심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요단 알바레스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오타니가 승리했다. 득표율은 오타니 52%, 알바레스 48%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알바레스를 AL 지명타자로 꼽았다. ESPN이 이날 2차 팬투표 결과 공개 직전 6명의 기자에게 물은 결과 5명이 알바레스, 1명이 오타니를 선택했다. 오타니를 꼽은 브래포드 두리틀 기자도 알바레스를 외면한 게 아니라 외야수로 선택했다. 즉 알바레스가 베스트9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은 서로 같았다.
그러나 팬들은 4% 차로 오타니의 손을 들어줬다. 1차 투표에서는 알바레스가 약 55만표 차이로 오타니를 누르고 2차 투표에 진출했으나, 지난 6일 시작한 2차 투표에서는 오타니가 전세를 뒤집었다.
성적 자체를 놓고 보자. 알바레스가 모든 부문서 오타니를 압도한다. 알바레스는 타율 0.311(264타수 82안타), 26홈런, 60타점, 57득점, OPS 1.073, 오타니는 타율 0.262(309타수 81안타), 19홈런, 54타점, 49득점, OPS 0.849를 각각 기록 중이다. 누가 봐도 알바레스가 AL 지명타자를 대표해야 한다.
결국 팬투표는 인기투표다. 오타니는 올시즌 투수로 8승4패, 평균자책점 2.44, 111탈삼진을 마크 중이다. 웬만한 팀 1선발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올해도 투타에서 모두 정상급 기량을 자랑 중이다. 팬들은 지명타자 오타니가 아니라 만화를 찢고 나온 오타니가 올스타전 타석에 서는 걸 보고 싶은 것이다.
bWAR은 오타니가 4.4로 AL 1위다. 타자 1.6, 투수 2.8을 합한 수치다. 알바레스는 타자로만 4.3으로 2위다. MVP를 뽑는 투표였다면 별 이견이 없겠지만, '올스타 지명타자 오타니'에 대해선 팬심도 찬반이 팽팽하다.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행동 속 민주주의: MLB 팬들은 올스타전 선발 출전자들을 정확하게 맞췄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올스타 팬투표를 분석하는 건 언제나 재밌는 일인데, 올해는 선택이 정확했다. 팬들이 올해도 올스타 투표에서 승리했다'고 썼다. 팬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