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강원에 그런 선수가 있었어?"
이번 여름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로 떠오른 이는 강원FC '신성' 양현준(20)이다. '핫'한 양현준이 본격 열을 가한 것은 지난 13일 열린 팀K리그와 토트넘의 친선경기. 그는 K리그 올스타로 교체 출전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프로 입단 2년차 '풋내기'인데도 기라성 같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수들을 줄줄이 무력화시키는 개인기와 돌파력으로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토트넘전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은 K리그로 이어졌다. 토트넘전 직후인 16일 열린 K리그1 22라운드 수원FC와의 경기(4대2 승)에서 2골-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라운드 MVP까지 거머쥐었다.
어쩌다 얻어 걸린 게 아니었다. 어찌보면 이전부터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이었다. '독수리의 눈' 최용수 감독이 발굴한 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현준은 2021시즌까지만 해도 그냥 신인이었다. 1부리그에서 9경기를 가끔 뛰었고, 주로 B팀(K4리그)에서 '수습기간'을 거쳤다.
강원FC의 극적인 1부 잔류를 이끈 뒤 동계훈련에 들어간 최 감독은 양현준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동계 연습경기부터 주전급으로 키웠다. 2022시즌 개막전부터 교체 출전 기회를 얻은 양현준은 이후 고정 선발 멤버로 기용되며 지금까지 총 22라운드 중 20경기를 소화했다. 신인이 주전급으로 기회를 얻으니 양현준은 무한 성장을 했고, 기다렸던 하반기로 접어들자 뜨겁게 달아오른 것.
부산 출신이지만 강원이 영입했고, 부산 출신의 최 감독이 발굴한 스토리까지 가미되니 양현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 중이다. 덩달아 강원 구단은 희희낙락이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건네오는 첫 마디가 주로 '양현준이 누구냐', '그 팀에 양현준이란 선수가 있었어?' 라는 식이다"면서 "손흥민 보려고 팀K리그-토트넘전 관전했다가 양현준 때문에 더 재미있었다는 팬들도 많다"고 말했다.
구단 사무실에도 양현준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양현준의 옷 사이즈를 묻거나 경기장에 오면 양현준의 사인을 받을 수 있느냐는 팬들의 질문에 응대하느라 구단 직원들은 더 바빠졌다고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현준의 옷 사이즈에 대한 문의가 우리도 궁금하다. 양현준에게 옷 선물을 하려고 그러는지, 양현준 따라하기로 같은 사이즈를 입겠다는 생각인지…"라며 웃었다.
특히 '강원 홈 경기 입장권 예매는 언제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속이 쓰리단다. 하필 토트넘전 이후 수원FC전은 물론 동아시안컵 휴식기 이후 재개되는 30일 23라운드도 울산 원정이기 때문이다. 강원은 8월 3일이 돼서야 춘천에서 전북 현대와 홈경기를 갖는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홈 관중 유치에 절호의 기회인데 일정이 늦어진 게 아쉬울 뿐이다.
양현준을 향한 폭발적인 인기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강원의 굿즈 쇼핑몰 집계 결과, 토트넘전 이후 양현준 유니폼 추가 판매량이 100벌에 육박했고 주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전까지 양현준 유니폼은 유망주를 선호하는 일부 골수팬 외에 찾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토트넘전 이후 10일 만에 양현준은 선수단 전체 판매량의 22%를 차지, 김대원 한국영에 이어 3위로 급상승했다. 신인이 이렇게 가파른 속도로 유니폼 판매량 상위권으로 치고오른 것은 강원 구단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명문 기업구단에 비하면 별 것 아닐지 모르지만 도민구단 강원으로서는 '스타탄생 양현준'이 여름 반등 만큼이나 반가운 일이다.
강원 관계자는 "양현준은 이전에도 구단 자체 상을 받았을 때 '어떤 형태로든 팬과 선수단에 보답하고 싶다'는 문의를 사무국에 하더라"며 "마음씨도 좋은 '젊은이'가 스타덤에 오르니 일할 보람이 난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