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내야 땅볼을 쳤다면 정말 끔찍했을 것 같다."
드라마와도 같았던 '천재 타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역전 싹쓸이 3타점 3루타. 그 뒤엔 이정후의 착각이 있었다.
이정후는 2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서 3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5-6으로 뒤진 8회초 1사 만루서 좌중간에 떨어진 3타점 싹슬이 역전 결승 3루타를 쳐 팀의 8대7 승리를 이끌었다. 4타수 2안타 3타점 1사구를 기록한 이정후는 타율 3할3푼8리로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를 제치고 타격 1위로 올라섰다.
상대 투수 주 권과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주 권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밀어쳐 결승타를 만들어 냈다. 이정후는 경기 후 "주 권 선배님의 체인지업을 노리고 있었다. 워낙 체인지업이 좋기 때문에 낮은 것은 버리고 높은 쪽을 노렸다"면서 "낮은 쪽으로 온 체인지업을 치지 않았고, 스트라이크가 됐던 바깥쪽 체인지업은 코스가 빠졌다고 판단해 치지 않았다. 마지막에 온 체인지업이 내가 노린 높이로 와서 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그 타석에서 아웃카운트를 착각하고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사실 2아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이정후는 "1아웃인 줄 알았다면 외야 플라이 정도를 노리고 들어갔을텐데 2아웃이라고 생각해 결과를 내야한다고 생각하고 더 집중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내야 땅볼을 쳤다면 아마 끔찍했을 거다. 특히 2루로 포스아웃되는 타구를 쳤다면 2아웃이라 그냥 끝났다고 생각해 1루로 전력질주를 안해서 병살이 됐을 수도 있었다"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도. 그러나 아웃카운트 착각이 높은 집중력과 함께 역전 3루타가 됐으니 도움이 된 착각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
타율, 출루율, 최다안타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정작 이정후가 노리는 것은 100타점이다. 2020년에 101타점을 데뷔 후 첫 100타점에 오른 이정후는 지난해엔 84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후 두번째로 높은 타점이었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이날 3타점을 추가해 66타점을 기록 중. 이정후는 "찬스에서 욕심이 난다"면서 "2020년에 100타점을 하고 작년에 못해서 올해 다시한번 100타점을 하고 싶어 찬스에서 욕심을 내는 편"이라고 했다.
클러치 능력이 좋아진 것을 올림픽과 포스트시즌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특히 올림픽의 경험이 컸다고 했다. 이정후는 "올림픽은 이제껏 경험했던 대회보다 수준이 가장 높았다"면서 "그런 수준의 대회에서 클러치 상황에서 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다음엔 더 높은 대회에 가야죠. WBC'라고 하자 이정후는 살짝 미소를 띄며 "그렇죠"라고 했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