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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복수를 그린 드라마다. 유선은 완벽하고 화려한 겉모습 속에 정서적인 불안과 남편에 대한 집착을 지닌 여자 한소라 역을 맡아 안방극장을 꽉 채우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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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막을 내린 연극 '마우스피스'와 드라마 촬영 준비를 병행한 유선은 배우로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그는 "배우는 자기 옷에 맞는 역할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나. '이브'를 만나기 전까지 항상 저에게 주어진 역할만을 연기해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답답함이 쌓여왔다. 배우로서 어딘가에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고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연극 무대에 설 수 있는 행운 같은 기회가 저에게 찾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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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애정 어린 사랑을 받지 못한 한소라는 그저 아버지가 원하는 딸이 되기 위한 목적으로 자라나는 인물이다. 유선은 "(한소라는) 제대로 된 성장을 겪지 못했기 때문에 정서적인 부분과 생각이 어른이 아닌 아이에 머물러 있다고 해석했다. 아랫사람을 하대하고 무시하며 경쟁자를 짓밟는 행동도 모두 아버지에 학습된 것이다. 겉으로 봤을 때 포스 있는 분위기를 띠지만, 내적인 부분으로는 철없는 아이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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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박병은(강윤겸), 서예지(이라엘)를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유선은 "(박병은이) 저와 나이, 연기 경력이 모두 비슷했기 때문에 소통할 때 편했다. 연기할 때 서로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고 조언도 해줬다"고 말했다.
마지막 화에서 한소라는 스스로 불행한 기억을 지우는 중증 므두셀라 증후군으로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유선은 이 장면에 대해 "촬영장 가는 발걸음부터 무거웠고 분장하면서도 일부러 거울을 보지 않았다. 시청자 분들이 짠하다고 말씀하셨지만 어쨌든 악역이기 때문에 처참한 마무리로 끝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처참했고 본인이 집착했던 걸 다 잃어버리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딸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니 마음이 무너졌다"고 회상했다.
유선은 이번 작품을 마치고 동료 연예인들의 뜨거운 응원을 얻기도 했다. "김숙 언니가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하나도 안 놓치고 본방사수를 했다고 말씀하셔서 너무 감사했다. 또 학교 동기인 황석정 언니도 졸업하고서 연락을 한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큰 힘이 되는 격려를 보내주셨다. '이브'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헛헛한 마음에 호수공원을 산책했는데, 언니가 전화로 '너 미쳤어~'라고 칭찬을 해주시더라. 그 말을 듣자마자 너무 벅차올라서 엉엉 울었다.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함께 배워나갔던 동기 언니가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배우가 돼서 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연락을 주셨다는 자체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상과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배우로서 용기를 얻게 됐다는 유선은 "그동안 얼마나 노력을 해야 새로운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지에 대해 끝없이 고민했는데, 그런 와중에 한소라를 만나 한계점을 뚫고 나갈 수 있게 됐다. 그 당시 저의 절실함이 시청자들에 닿아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원래 이번 작품을 끝내고 충전할 시간을 갖기로 했는데, 좋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을 때 다른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차기작에서는 소라와는 다른 결을 지닌 색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