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꼭 내 승리가 아니면 어떤가. 내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가 팀에게 승리를 안겨줬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80일, 11경기만에 승리를 추가한 알버트 수아레즈(삼성 라이온즈)의 표정은 밝았다.
삼성은 1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13차전에서 선발 수아레즈의 7이닝 1실점 호투와 김영웅-오재일의 홈런포를 앞세워 3대1 승리를 거뒀다.
경기 전까지 25경기(선발 24)에 등판, 143이닝을 소화한 수아레즈의 평균자책점은 2.40. 김광현(SSG 랜더스) 안우진, 에릭 요키시(이상 키움 히어로즈)에 이어 리그 4위였다. 퀄리티스타트도 15개로 공동 12위. 하지만 승리는 단 4개에 불과했다.
이상하리만큼 운이 따르지 않았다. 최근 3경기에서 7이닝 2실점, 7이닝 무실점, 8이닝 1실점을 기록하고도 모조리 노 디시전에 그쳤을 정도.
이날은 달랐다. 수아레즈는 지난주 6경기 61득점을 올리며 달아오른 NC 타선을 상대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삼성 타선도 3점을 뽑아내며 그의 승리를 도왔다.
경기 후 만난 수아레즈는 손가락을 활짝 펼쳐 '5(승)'을 표시하며 활짝 웃었다. '80일만의 승리'라는 말에 "그렇게 길었나?"라며 깜짝 놀랐다.
"선발투수는 한 경기 끝나면 다음 경기를 준비할 뿐이다. 오랜 기다림도 나쁘지 않다. 내가 승리를 못챙겨도 팀이 승리하면 기쁘다. 난 퀄리티스타트를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한때 수아레즈의 라커에는 '미안해하지마라(Don't be sorry)'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수아레즈는 "팀동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니다. 나 자신이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매경기 더 집중하자라는 뜻이었다. 뗀지 한달 정도 됐다"며 민망해했다.
이날 삼성은 김영웅-오재일의 홈런을 앞세워 3대1 승리를 거뒀다. 특히 김영웅은 올해 신인이다. 삼성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데뷔 첫 타석에 홈런을 친 신인(순수 신인 기준) 타자가 됐다. 수아레즈는 "그게 팀 레코드인줄은 몰랐다. 데뷔전 첫 타석 첫 안타가 홈런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축하하고 싶다"면서 "김영웅이 앞으로 더 큰 선수가 되는데 큰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기전 만난 박진만 감독 대행은 수아레즈의 불운을 이야기하며 "라커룸, 더그아웃 분위기를 주도하는 선수라 더 미안하다"고 말했다. 수아레즈는 박 대행의 말을 증명하듯, 자신에 이어 인터뷰에 임하는 김영웅을 향해 "혹시 통역 필요해?"라고 물은 뒤 큰 소리로 웃기도 했다.
훌륭한 시즌을 보내는데 도움을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팀동료 데이비드 뷰캐넌은 3시즌째 팀 에이스로 활약중이고, 오승환은 일본과 미국을 거쳐 다시 삼성으로 돌아온 레전드 투수다. 수아레즈는 "워낙 베테랑 선수들이라 KBO리그 타자들을 상대하는 법을 잘 알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오승환은 사적으로는 새로운 음식점을 잘 알려주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4경기 연속 김재성과 호흡을 맞추면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수아레즈는 "(프로 선수는)잘못된 점을 스스로 알고 고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전에는 빠르지 않은 템포로 공을 던지다보니 타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벌어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재성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최대한 매 순간 공을 빠르게 던지려고 노력중이다. 그렇게 했더니 타자들이 한층 더 불편해하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아레즈의 평균자책점은 2.40까지 내려갔다. 남은 시즌 목표를 묻자 "남은 모든 경기에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우리 팀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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