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감동과 희망을 주는 연출가.'
'승부사' 최용수 강원 감독은 이제 새로운 별명을 얻을 것 같다. 감동과 희망을 주는 '극적 드라마 연출가'다.
작년 말 승강플레이오프에서 기적같은 1부리그 잔류를 이끌었던 그가 이번에는 드라마같은 파이널A 진출을 연출했다.
최 감독이 이끄는 강원은 18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2' 정규라운드 최종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33라운드서 2대1로 승리했다.
이날 울산 현대에 패한 수원FC(승점 44)를 승점 1점 차로 따돌리며 막판 뒤집기에 성공, 6위로 파이널A에 진출한 것이다.
지난해 강원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1개월 만에 강등 위기의 팀을 구했던 최 감독은 첫 시즌 만에 강원을 '윗물'에서 노는 팀으로 고속 승진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 덕분에 강원 구단은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도 마쳤다. 2008년 12월 창단한 강원의 역대 최고 성적은 6위(2017, 2019년)였다. 3시즌 만에 파이널A에 복귀하면서 최소 6위를 확보했다.
이날 승부는 간절함(강원)과 독기(제주)의 충돌이었다. 파이널A의 마지막 티켓을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하는 강원. 파이널A를 확정했지만 최근 경기 내용에 비해 결과를 얻지 못했던 제주.
최 감독은 "수원FC의 승패 여부를 신경쓰지 않겠다. 오로지 오늘 우리 경기에 '올인'해야 한다. 뭘 자꾸 의식하면 무리수를 둘 수 있기 때문에 마음 비우고 담담하게…"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남은 파이널A 일정이 있는 만큼 파이널A 확정에 안주할 수 없다. 최근 경기 잘 해놓고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약점 극복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시즌 강원전 1무1패로 열세였던 제주로서는 강원 못지 않은 필승의지, 독기를 품을 만했다.
이에 최 감독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경기 시작 전부터 내비쳤다. "나는 오늘같은 심장 쫄깃한, 긴장-압박감 가득한 경기를 즐긴다"며 과거 감독 시절을 떠올린 뒤 "많은 중요한 승부를 펼치면서 비판과 환희를 경험했다. 욕도 많이 듣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런 경험들이 나를 성장시켜줬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말리는 승부를 즐긴다며 짐짓 태연한 척 하던 최 감독은 심리전뿐 아니라 맞춤 용병술로도 빛을 발했다. 최근 빡빡한 경기 일정 속에 최전방 이정협을 3경기 연속 선발로 선택했다. 외국인 선수 발샤와 이정협을 번갈아 쓰는 최 감독이 체력적 부담 우려에도 이정협을 선택한 데에는 합당한 노림수가 있었다.
윤빛가람 등 빌드업과 침투력이 좋은 제주의 공격라인을 앞선에서 저지하기 위해서는 활동 반경 넓고 수비 가담이 좋은 이정협이 제격이라는 게 최 감독의 설명.
최 감독의 선택은 맞았다. 전반 42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김영빈이 헤더 선제골을 터뜨릴 때 딱 그랬다. 숨은 '이정협 효과'가 있었다. 김대원이 킥을 할 때 위치 선정이 좋은 이정협은 문전에서 수비수 3명 사이에서 시선을 교란시켰다. 이 덕분에 뒷공간이 생겼고, 김영빈이 훌쩍 뛰어올라 자신있게 헤더, 골대 왼쪽 구석을 보기 좋게 적중시켰다.
골넣는 수비수로 바짝 기가 오른 김영빈은 후반 20분 또 세트피스에서 쐐기골을 터뜨리며 최 감독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 지시를 완벽 수행했다.
최 감독은 파이널A 진출을 확정한 것에 대해 '강원 도민'을 먼저 강조했다. "희망과 감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 강원 도민들께 그런 선물을 안겨드린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감동의 연출가' 최 감독이 새롭게 데뷔하는 정규 최종라운드였다. 춘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