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감독에게 직접 수비 훈련을 받는 외국인이 있다?
10개 구단 사령탑 중 경기전 가장 바쁜 사람은 아마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일 것이다.
오후 3시 안팎이면 홈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온다. 선수들은 간단한 선수단 미팅을 거쳐 각자 스트레칭 등 개인 훈련 및 타격, 수비, 주루 훈련에 몰두한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세부적인 훈련 내용은 코치들에게 맡긴다. 주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관찰하거나, 코치 및 베테랑 선수들과 소통하는 시간이다.
수베로 감독은 다르다. 자신이 직접 펑고를 치는 일은 예사고, 그라운드 곳곳을 돌아보며 선수들을 직접 훈련시킨다.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베로 감독은 노시환을 비롯한 한화 내야수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땅볼을 굴려주며 캐칭 및 연계 플레이 훈련을 지시했다. 포핸드, 백핸드 캐칭과 스텝을 바꿔가며 계속됐다. 연신 목소리를 돋우며 선수단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다. 수베로 감독으로부터 따로 1대1로 가르침을 받는 한 외국인이었다.
한화의 외국인 선수는 총 3명이다. 외야수 마이크 터크먼, 그리고 투수 예프리 라미레즈와 펠릭스 페냐가 전부다. 하지만 세 선수 모두 아니었다.
프로선수라기엔 프레임이 가늘었다. 터질듯 단단한 근육도 없었다. 라틴계 백인의 외모를 지닌 그는 수베로 감독의 구호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였다. 곁을 지나던 몇몇 한화 선수들 그에게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혹시 한화 측이 다음 시즌 시행이 논의되던 '육성형 외인' 제도에 맞춰 준비시킨 선수는 아닐까.
한화 구단에 문의한 결과, 그의 정체는 수베로 감독의 친아들 카를로스였다. 관계자는 "나이는 20세 정도다. 요즘 경기장에 자주 나와 훈련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 출신 사령탑인 아버지를 닮아 좋은 운동신경을 지녔다. 현역 야구선수는 아니라고.
수베로 감독은 메이저리그 1군 코치 경험도 있는 주루와 수비의 전문가다. 한국에 와있는 동안, 이렇게 직접 훈련과 조언을 받는건 아들로서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땀을 흘리며 훈련에 임하는 카를로스의 표정은 시종일관 한화 선수들 못지 않게 진지했다. 훈련이 끝난 뒤엔 아버지를 향해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