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후배들에게도 분명히 그렇게 얘기해뒀다."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린 뒤에도 차분하게 인터뷰에 임한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의 속내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 21일 한화 이글스전에 임한 롯데 선수단은 레전드의 마지막 가을야구를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있었다.
롯데는 이날 한화를 9대0으로 완파, 5위 KIA 타이거즈에 단 2경기 차이로 따라붙었다.
KIA가 답없는 9연패의 늪에 빠진 사이 NC 다이노스와 롯데의 추격이 매섭다. 후반기 시작 이래 가장 적은 경기수 차이를 매경기 경신하고 있다. NC 역시 이날 두산 베어스를 잡고 KIA에 반경기 차이까지 따라붙은 상황. 적은 KIA 만이 아니다.
이날 승리를 이끈 선수는 6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한 선발 이인복이지만, 승부를 결정지은 건 7회 대타로 나서 3점 홈런을 쏘아올린 주장 전준우였다. 이날 허리 뻐근함과 체력 관리를 이유로 선발에서 제외됐던 전준우는 이인복을 찾아 "도움이 못돼 미안하다"는 속내를 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고의 도움을 준 선수가 됐다.
기세가 오른 롯데는 9회초 대거 5점을 추가하며 한화를 녹다운시켰다.
경기 후 전준우는 "오늘 (이)인복이가 선발으로 잘 던져줬는데, 초반 타선에서 득점지원을 해주지 못해서 마음이 쓰였다"면서 "중요한 순간에 득점 기회가 왔다. 대타로 나서면서 '1점이라도 좋으니 달아나는 타점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고 타석에 섰다"고 회상했다. 전준우의 3점포는 원정 응원에 나선 롯데 팬들을 뜨겁게 열광시켰다.
'캡틴'다운 다짐도 덧붙였다. 전준우는 "무엇보다 팀이 좋은 분위기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게 만족스럽다"면서 "아직 (가을야구)희망이 사라진게 아니다. 최선을 다해서 뛰겠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롯데는 오는 22~23일 LG 트윈스와 맞대결을 치른다. 1위를 2경기반 차로 추격하는 LG, 5위를 2경기 차로 추격하는 롯데, 갈길 바쁜 두 팀의 한해 농사가 결정날지도 모를 맞대결이다. 이대호의 마지막 은퇴투어가 치러지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