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고심 끝에 교체한 외국인 선수들. 초반에는 '반신반의'였지만, 적응을 마치면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재계약 전망도 밝을까.
SSG 랜더스는 올 시즌 두명의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다. 투수 1명과 타자 1명이다. 개막전과 동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는 윌머 폰트 뿐이다.
먼저 교체한 포지션은 타자다. 케빈 크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SSG가 가장 원했던 외국인 타자는 거포형 1루수다. 메이저리거 CJ 크론의 동생이기도 한 크론은 거포 겸 중심 타자 그리고 1루 수비라는 중책을 맡을 예정이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제이미 로맥과 같은 보직이다. 하지만 크론이 홈런 11개는 쳤으나 타율이 2할대 초반으로 너무 저조했고, 전의산이라는 신인이 1군에 데뷔하자마자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과감히 퇴출했다.
그리고 외야수 후안 라가레스를 택했다. 라가레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던 커리어가 탄탄한 타자다. 수비가 좋으면서도 배트스피드가 빠르고, SSG가 원했던 거포형은 아니어도 좋은 안타를 많이 생산해낼 수 있다고 봤다. 라가레스의 영입으로 SSG는 전의산을 1루수로 내세웠고, 외야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처음에는 존재감이 보이지 않았던 라가레스는 적응을 마친 지금 팀에서 가장 알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8월 월간 타율은 3할이었지만, 9월에는 3할5푼까지 올렸다. 특히 추신수가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황에서 최지훈과 '테이블 세터'가 가능한 외국인 타자에 작전 수행 능력까지 세심한 플레이가 가능해 돋보인다.
부진과 부상으로 끝내 이반 노바를 내보낸 SSG는 미국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즌 초반부터 1위를 달리면서, 우승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외국인 투수 자리가 더더욱 중요했다. 김광현과 폰트의 바로 뒤를 받쳐줄 수준급 투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처음 SSG가 대만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를 탐색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최우선 순위는 메이저리그"라고 답했었다. 하지만 시즌 도중, 그것도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투수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선수를 빼오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커리어가 화려하지는 않아도, 대만에서 아시아야구를 먼저 경험한 젊은 투수 숀 모리만도를 택했다. 모리만도는 모든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투수다. 처음 연승이 이어졌을 때까지만 해도 아직 상대 타자들이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봤으나, 등판을 거듭할 수록 점점 더 잘던지고 있다.
특히 최근 3경기 연속 7이닝 이상, 1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것은 모리만도가 '신흥 에이스'로 우뚝 올라서는 계기였다. 폰트가 피로 누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모리만도의 연속 호투는 팀에 큰 희망이 된다. 모리만도는 현재까지 11경기에서 7승1패 평균자책점 1.84로 최상급 활약을 펼쳤다. 모리만도의 경우, 포스트시즌에서까지 좋은 투구를 한다면 재계약 가능성이 현실화 될 수 있다. 그만큼 최근 좋은 외국인 투수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발굴해낸 인재다. 라가레스도 최근 활약과 기여도를 보면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아직 변수는 남아있다. 거포에 대한 갈증 그리고 수비 포지션에 대한 SSG의 고민이다. 하지만 지금같은 활약이 이어진다면 이런 근본적 고민 역시 사라지게 된다. 대체 외국인 선수들의 대반란에 SSG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