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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 그런데 '평가'가 되긴 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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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9월 A매치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전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물론 11월에 출정식을 겸한 평가전을 준비 중이지만, 유럽파 합류가 불가한 만큼 K리거 위주의 대표팀을 꾸릴 수 밖에 없다. 이번 A매치처럼 '완전체'로 나설 수 없다. 다시 말해 9월 A매치는 카타르행 가능성이 열린 모든 선수들을 총망라해 뽑아 경기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 역시 이에 부합하듯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나폴리) 황희찬(울버햄턴) 등 핵심 자원을 비롯해 그간 뽑지 않았던 '슛돌이' 이강인(마요르카)과 손준호(산둥 타이산), K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새얼굴' 양현준(강원) 등을 불렀다.

평가전이라는 건 여러 목적이 있다. 우리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도 있고, 새로운 전술이나 선수를 테스트할 수도 있다. 비슷한 수준, 혹은 스타일의 상대를 만나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도 있다. 목적이 무엇이든 우리의 장점과 단점을 최대한 찾아, 본선무대에서의 리스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물론 결과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평가전은 그 과정을 가감없이 실험할 수 있는 무대다. 카타르월드컵을 불과 두 달 앞둔 지금, 9월 A매치가 중요했던 이유였다.

과연 이런 측면에서 이번 평가전은 무슨 도움이 됐을까. 일단 상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코스타리카는 우리가 카타르 본선에서 만날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어떤 접점도 없었고, 카메룬은 수준이 너무 떨어졌다. 벤투호는 4년 간 우리가 점유하고 주도해 경기를 풀어가는, 능동적인 축구를 추구했다. 벤투식 마이웨이는 최종예선에서 나름 성과를 봤다. 하지만 반대로 상대가 보다 더 주도했을때의 상황을 마주한 적은 많지 않다. 브라질 정도가 우리가 끌려다니는 경기를 경험하게 해준 유일한 상대였다. 본선에서 만날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는 냉정히 우리 보다 한 수위의 팀들이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에는 버거운 상대들이다.

하지만 벤투호는 이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지 못한채 본선에 나서게 됐다. 물론 유럽네이션스리그 관계로 유럽팀과 평가전을 할 수 없다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다면 해외로 나서거나, 그럼에도 국내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면 최소한 우리보다 강한, 혹은 우리와 맞붙을 상대국과 비슷한 유형을 찾았어야 했다. 선수비 후역습을 하는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공격적인 부분을 테스트하는 일 밖에 없었다. '본선에서도 이처럼 공격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차치하고, 수비적인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수비 전술을 시험하는 것은 냉정히 '의미없는' 일이었다. 핵심 자원들을 모두 뺀 카메룬도 월드컵 기준으로 우리를 평가하기에는 수준 미달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평가전의 초점은 결국 '우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벤투 감독의 목적은 명확했다. 플랜A의 확인이었다. 물론 전술적으로나, 선수 기용측면에서나 부분적으로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는 그간 해온 축구와 다르지 않았다. 사실상 베스트 멤버가 나선 카메룬전 전반 경기력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다른 것을 평가할 생각은 없었다. 벤투 감독은 80점을 받던 국어를 100점으로 올리는데 주력할 뿐이지, 40점 받는 수학 점수를 올리는데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국어만 잘한다고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는 결국 '이강인 기용' 문제로 터져버렸다. 냉정히 말해 이강인은 벤투 감독 스타일에 맞지 않는 선수다. 물론 활동량이나 스피드, 수비력이 눈에 띄게 개선됐지만, 이강인의 장점은 온더볼, 공을 잡고 하는 움직임에서 나온다. 반면 벤투 감독은 오프더볼, 볼을 갖지 않았을때 움직임을 강조하는 타입이다. 끊임없는 침투와 스위칭을 통해 공간을 활용한다. K리그에서 부진하지만, 이 플레이에 능한 권창훈(김천) 나상호(서울)를 중용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은 본선에서 쓰임새가 많은,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장점을 가진 선수를 단 1분도 테스트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 끌려가는 상황에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유형이다. 카메룬전 후반 투입된 선수들이 부진했다는 점에서 이강인 외면은 더욱 아쉬웠다. 물론 이 선택은 오로지 벤투 감독의 판단이었다. 26명의 엔트리 체제, 이강인이 본선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마지막으로 함께할 수 있는 무대에서 조차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이강인에 가려졌지만, 본선을 위해 필요한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활용도 비슷하다. 벤투 감독은 카메룬전 후반 정우영을 교체투입하며, 손준호와의 공존을 테스트할 수 있는 상황을 맞았지만, 그의 선택은 손준호와의 교체였다. 한국은 결국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본선에 나서게 됐다. 벤투 감독은 이번 평가전으로 스스로 자신의 패를 줄인 셈이 돼버렸다.

이번 9월 A매치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