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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통한 교감을.." 승부처 4번도, 완봉 직전 에이스도...박진만식 원칙과 소통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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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KBO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2회초 2사 만루 삼성 강한울의 적시타 때 득점한 김상수를 박진만 감독대행이 반기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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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8일 창원 NC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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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로 추격한 8회초, 삼성 박진만 감독 대행은 1사 1,2루에서 이례적 교체 카드를 내밀었다.

4번 타자 이원석 대신 대타 김지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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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앞 세 타석에서 안타가 없었지만 이원석은 선발 구창모를 상대로 첫 두 타석에 날카로운 정타로 좌익수 쪽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잇달아 날렸다. 타격 컨디션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바뀐 투수 원종현 앞에서의 교체. 해결보다 연결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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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차가 좀 있었고, 원종현 선수에 강한 면도 있었고, 쳐도 병살타를 당하지 않겠다는 확률에 대한 계산이 있었습니다. 상대팀 에러가 해서 연결은 잘 됐는데, 마지막에 아쉽게 병살타가 나왔네요."

중요한 사실은 결과가 아니었다.
2022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NC 다이노스 경기삼성 타자 이원석창원 NC파크2022년 9월 28일. (김창율/news@isportskorea.com)
팀 타선의 중심 4번 타자를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교체하는 벤치 결단의 특이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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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다. 선수와 감독 간에 완전한 벽이 있거나, 정 반대로 충분히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는 경우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후자였다.

"선수들이랑 대화도 많이 했고, 대행으로 왔을 때부터 교체에 대한 설명을 꾸준히 했어요. 이제는 선수들도 다 알고 있죠. 팀을 위해 희생할 때는 희생이 필요한 것이고, 무작정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거를 가지고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어제 원석이도 교체됐지만 벤치에서 화이팅 내주고 벤치 분위기가 좋아지는 상황입니다."

강팀의 전형적인 모습이 될 수 있다.

벤치는 큰 부담 없이 상황에 따라 중심타자라도 적재적소에 교체할 수 있다. 경직된 선수기용이 아닌 탄력적인 기용이 이뤄질 수 있다. 유연성과 대응력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박진만 감독 부임 이후 삼성은 23승20패로 5할을 훌쩍 넘는 승률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최근 한점 차 패배가 많았지만 경기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끈끈함도 생겼다. 바람직한 방향성으로 가고 있는 상황.

선수단 내 흐르는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건강한 강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삼성 박진만 감독 대행의 마지막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고요. 게임 끝나고 나서라도 상황에 대한 교체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또 그렇게 하다 보니 선수들과 교감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22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 경기삼성, NC에 3대 0 승리, NC 9회초 2사 후 뷰캐넌 투수 교체, 박진만 감독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2022년 9월 29일.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박 감독대행은 29일 대구 NC전에서는 완봉승까지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 남긴 에이스 뷰캐넌을 단호하게 내렸다. 3-0으로 앞선 9회초 2사 후, 뷰캐넌이 마티니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공을 들고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완봉승을 간절히 바랐던 뷰캐넌이 짜증을 내며 등을 돌리고 작은 '항의'를 해봤지만, 통역을 통해 "오늘 최대한 잘 던졌고, 경기를 잘 이끌어갔다. 다음 경기도 있으니 오승환 선수를 믿고 내려가라. 수고했다"고 차분히 설득했다.

감독과의 대화 뒤에 뷰캐넌은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관중과 동료의 환호 속에서도 좀처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3대0 승리가 확정된 뒤에도 박진만 감독대행은 덕아웃에서 인터뷰에 가기 전 뷰캐넌을 세워 놓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을 추스린 뷰캐넌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에 아쉬움에 보인 제 태도가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좋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팬들이 이제 마운드에 오를 때 이름을 크게 불러주셔서 기분이 조금 들떠 있었다. 아쉬운 상황이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해서 그렇게 좋지 않은 태도를 보였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반성했다.

선수와 팀을 위한 최선의 냉철한 선택. 그리고 납득할 때까지 설득하는 모습. 박진만 감독대행의 소통법이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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