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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자 팬들은 크게 분노했다. 경기 후 '감독 콜'이 울려 퍼졌다. 안익수 서울 감독과의 즉석 면담을 요청했다. 안 감독이 경기 후 터널로 들어간 뒤 목소리는 더 커졌다. '전직 주장'인 기성용이 중재에 나섰다. 팬들 앞에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서울의 리빙 레전드도 성난 '팬심'을 달랠 수 없었다. 관중석에서 나온 특정 발언을 접한 기성용은 덩달아 흥분했다. "미안하다고 했잖아요"라고 수차례 소리쳤다. 다가온 코치진과 동료들이 그를 말렸다. 골키퍼 양한빈은 팬들을 향해 거듭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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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해프닝으로 볼 법한 사태지만, 안 감독이 마이크를 든 모습에서 묘한 기시감을 떨쳐낼 수 없다. 서울의 전임 사령탑인 최용수 현 강원 감독은 2012년 6월 FA컵에서 수원에 패한 뒤 1시간40분 동안 팀 버스에 갇혔던 기억이 있다. 최 감독은 지금도 그때의 악몽같은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진섭 현 부산 감독은 부진이 계속되던 지난해 9월 서울 팀 버스가 이동하는 통행로 부근에 모인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최용수~박진섭~안익수 감독이 모두 비슷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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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의 동기부여를 자극하는 걸개 메시지가 유행하는 것처럼 '감독 불러 세우기'도 최근 K리그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고 K리그 관계자들은 말했다. 현장에선 팬들의 '감독 콜'을 접했을 때 '감독이 팬들 앞에 나가도 문제, 안 나가도 문제'라고 말한다. 안 나가는 경우는 팬들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고, 나갔다간 모멸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팬들 앞에 서본 감독들은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욕설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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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러한 '감독 불러 세우기', '버스막기'가 팬들의 집단 행동이 돼선 곤란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감독은 구단의 대표 얼굴이다. 즉석 면담을 하는 그 순간에는 팬들의 답답함이 해소될지 모르지만, 이 장면을 지켜보는 이들에겐 특정팀의 문제가 더욱 부각돼보일 뿐이다. 감독을 불러 세운다고 선수단의 의지가 고취되진 않는다.
팬들이 감독을 부르지 않고도 구단에 항의 표시를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플래카드가 대표적이다. 큼지막한 횡단막은 수백, 수천명의 외침보다 강력하다. 구단 입장에선 그 메시지가 언론 등을 통해 노출된 상황에선 팬들의 요구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2012년~2013년 부임 기간 내내 'RAFA OUT'이라는 걸개와 마주했고, 시즌을 마친 뒤 팀을 떠났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