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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시장에 나간다, 그래도 '선제적 구애' 시늉 나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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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직후 FA로 풀리는 애런 저지에 대한 구애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디비전시리즈 개막을 이틀 앞둔 10일(이하 한국시각) ESPN 등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금단지(a pot of gold)가 있다. 금이 얼마나 들어있는 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그건 분명히 금단지'라며 '저지에게 잘 어울리는 아주 큰 단지임이 틀림없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FA 저지를 위한 메가톤급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양키스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7년 2억1350만달러를 제안했다. 저지가 받아들일 리 없는 장기계약을 던진 것은 올시즌 활약에 따라 계약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걸 보여준 것 뿐이다. 뉴욕포스트는 당시 '저지가 연평균 3600만달러 이상에 9~10년 계약을 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저지로서는 나쁠 것이 없는 7년 계약을 마다하며 도박을 벌인 셈인데, 결과적으로는 더이상 좋을 수 없는 대성공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메리칸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고 131타점, 타율 0.311로 트리플크라운에 근접하는 성적까지 올렸다. 아메리칸리그 공격 11개 부문서 1위에 올랐다.

ESPN은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애런 저지가 홈런 신기록으로 금과녁을 맞혀 그를 잡기 위한 가격이 올랐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캐시먼 단장은 "그는 올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많은 선택지를 앞에 뒀다. 우리는 협상에서 이기를 바란다. 그 날은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시즌 전부터 누차 얘기했고, 지금 다시 얘기하고 당신도 들어야 한다. 우리는 애런 저지가 뉴욕 양키스에 잔류하기를 정말 원한다. 또다른 특별한 날이 될 것"이라면서 저지와의 재계약 의지를 내보였다.

저지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평생 양키스 선수로 남고 싶다고 여러 번 밝혔다. 양키스에 우승컵을 받치고 싶다. 팬들을 위해 그러고 싶다. 나에겐 고향이나 마찬가지"라면서도 "올해 말 난 FA가 된다. 30개팀과 모두 얘기할 수 있다. 양키스도 그중 한 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 FA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우선 협상권은 양키스가 갖고 있다.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고 수락 여부가 나올 때까지 양키스는 독점적으로 저지의 마음을 살 수 있다. 월드시리즈 종료 후 15일 간이다.

양키스가 저지와의 재계약을 자신하고 초특급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은 결국 건강에 대한 확신이 섰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캐시먼 단장은 "저지는 건강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올해 잘 보여줬다. 올해를 포함해 최근 몇 년 동안 아주 건강했다"고 했다.

저지와 MVP를 다투는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도 최근 구단으로부터 장기계약 의지를 언론 보도를 통해 전달받았다.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은 지난 7일 ESPN 인터뷰에서 "내년 계약을 일찌감치 마친 건 '제1 스텝'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밟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오타니를 사랑하며 그를 장기계약으로 잔류시키는 것만큼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에인절스와 오타니는 지난 2일 3000만달러에 내년 계약을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연봉조정선수로는 역대 최고 연봉이다. 그 직후 장기계약 의지를 오타니를 향해 던진 것이다.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오타니를 그 이전 장기계약으로 묶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구단 매각 변수와 불투명한 전력 등 오타니가 잔류할 만한 명분이 사라진 상황. 내년 FA 시장에 무조건 나간다고 봐야 한다.

양키스와 에인절스는 '칼자루'가 저지, 오타니에게 넘어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선제적 재계약 의지 표명이 나쁠 것은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