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포항 스틸러스는 울산 현대의 '천적'이다. 악연의 시작은 2013년이었다.
울산은 일찌감치 우승카운트에 들어갔지만 좀처럼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최종전 상대가 포항이었다. 울산은 포항을 맞아 안방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 종료 직전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 트로피를 헌납했다.
2019년에도 운명의 장난처럼 포항을 최종전에서 만났지만 1대4로 대패, 전북에 다득점에서 뒤져 우승컵을 내줬다. 지난해도 그랬다. 포항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K리그에서도 동력을 잃었다. 결국 '무관'이었다.
하지만 올해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울산은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거둬도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결전을 앞두고 "고춧가루가 아니라 울산의 우승이 결정된 상태 아닌가"라고 반문한 후 "그동안 우리가 울산을 힘들게 했지만 현재는 우승이 99.9%다"며 아쉬움 아닌 아쉬움을 토해냈다.
그리고 "울산이 100%의 점을 찍으러 왔는데 울산이 우리 홈에서 우승하는 것은 보고싶지 않다. 우리 홈이라 우리를 위한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을 믿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의 '진한 의지'가 통했다. 울산은 11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A 3라운드에서 포항과 1대1로 비겼다. 바코가 전반 40분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후반 34분 이호재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울산은 결국 '우승 확정'을 다음으로 미뤘다. 결과적으로 포항이 '고춧가루'를 또 다시 뿌렸다.
물론 울산이 정상에 더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다. 승점 73점을 기록한 울산은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하면 자력 우승을 확정짓는다. 2위 전북 현대(승점 67)와의 승점 차는 6점이다. 울산은 16일 강원FC에 이어 23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전북이 남은 2경기에서 비기거나 패해도 2005년 이후 17년 만의 K리그 우승은 현실이 된다.
홍명보 감독은 "승점 1점은 큰 점수다. 원정이었고, 상대가 만만치 않은 포항이라 더 그렇다. 물론 이겨서 우승 결정이 나면 좋았겠지만, 멀리서 온 팬들에게 결과를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인내를 갖고 나갈 수밖에 없다"며 "잘 추슬러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은 미소가 만개했다. 김 감독은 "홍명보 감독님은 존경하는 선배이자 형이다. 우승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바란다"면서도 "우리가 만약 0대1로 져서 끝났다면 역사에도 남는 기록이다. 선수들에게 울산이 우리 홈에서 우승 축제를 여는 것이 싫다고 했다. 너희들도 선수로 기억될텐데 '그러고 싶냐'라고 얘기했다. 우승을 못하게 해 기쁘게 생각한다. 그래도 울산의 우승 확률은 99.9999%, 100%"라고 말한 후 활짝 웃었다.
포항=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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