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아마 본인에게는 가장 부담스러운 등판이었을 것이다.
가장 비싼 계약으로 최고의 명문 구단 유니폼을 입고 3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홈구장 마운드에 섰으니 말이다. 뉴욕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 이야기다.
콜은 12일(이하 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등판했다. 2019년 12월 9년 3억2400만달러(약 4618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그가 포스트시즌서 양키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이 처음이다.
4만7807명의 뉴욕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피칭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6⅓이닝 동안 홈런 1방으로 1실점했을 뿐 4안타 1볼넷 8탈삼진의 호투를 펼치며 4대1 승리의 주역이 됐다.
101개의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 63개를 꽂았고, 46개를 던진 포심 구속은 최고 99.1마일, 평균 97마일을 찍었다. 커브 26개, 슬라이더 24개, 체인지업 5개를 섞었다. 클리블랜드 타자들은 콜의 완벽한 제구와 볼배합에 꼼짝하지 못했다.
클리블랜드는 정규시즌서 정교한 타격으로 상대를 괴롭혔던 팀이다. 헛스윙 비율(9.1%)과 삼진 비율(18.2%)이 각각 30팀 중 가장 낮았다. 그런 타자들을 상대로 19번의 헛스윙을 유도(18.8%)했고, 8타자를 삼진(29.6%)으로 돌려세웠다.
3회초 스티븐 콴에게 투볼에서 96.2마일 포심을 한복판으로 던지다 우월 홈런을 얻어맞은 게 유일한 실투였을 정도로 코너워크에 여유가 넘쳤다. 콜은 4-1로 앞선 7회초 1사후 마일스 스트로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은 뒤 조나단 로아이시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경기 후 콜은 "(교체될 때는)아주 특별한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나지 않았고, 내가 남긴 주자가 있었다. 관중석을 꽉 채운 팬들을 편한 마음으로 의식할 수는 없었다"며 "하지만 응원해 주는 걸 분명히 느꼈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런 응원을 받으니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콜은 양키스 이적 후 포스트시즌에 4차례 등판했다. 모두 원정경기였다. 첫 해 클리블랜드와의 와일드카드 게임에서는 7이닝 1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한 뒤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도 2경기 합계 11⅓이닝 7안타 4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러나 작년 와일드카드 게임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에 2이닝 4안타 3실점으로 무너졌다.
팬그래프스는 이날 콜의 등판에 대해 '작년 와일드카드전에서 2이닝 동안 2홈런으로 3실점하고 올시즌 마지막 한 달을 참혹하게 보낸 기억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을텐데, 그 어느 선발등판보다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콜은 올시즌 양 리그를 통틀어 탈삼진(257) 1위, 아메리칸리그 피홈런(33) 1위를 마크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는 얘기다. 33경기에서 13승8패, 평균자책점 3.50을 마크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인 2017년 4.26 이후 가장 나쁜 평균자책점이고, fWAR 3.3은 2016년(2.5) 이후 가장 낮았다.
콜의 마음을 짓눌렀던 부담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쾌투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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