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제야 조금 실감이 나네요."
김진순 대한민국 18세 이하(U-18) 여자핸드볼 대표팀 감독(43·인천비즈니스고)이 슬며시 웃어 보였다.
지난 8월이었다. 대한민국은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전해온 '리틀 태극전사'들의 승전보에 환호했다. 한국 U-18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2022년 국제핸드볼연맹(IHF) 세계 여자청소년 핸드볼선수권에서 사상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에서 비(非) 유럽국이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큰일을 해낸 어린 선수들은 코카콜라 8월의 리얼매직모먼트상을 거머쥐었다. 선수단을 이끈 김 감독은 코카콜라 8월의 매직지도자상을 받았다.
트로피를 손에 쥔 김 감독은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난다. 덴마크를 꺾고 우승했을 땐 '이제야 경기가 끝났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안도감이 먼저 든 데는 이유가 있었다. '김진순호'의 출발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물리적 시간 자체가 적었다. 출국 뒤에도 문제가 계속됐다. 비행기 문제로 무려 40시간에 걸쳐 북마케도니아에 도착했다. 하지만 한국은 그 모든 위기를 딛고 승승장구했다. 유럽팀을 줄줄이 격파했다. 스위스(32대28승)-독일(34대28승)-슬로바키아(34대30승)-루마니아(33대31승)-네덜란드(26대24승)-스웨덴(33대27승)-헝가리(39대29승)-덴마크(31대28승)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우리가 결전지로 가는 길 고생을 많이 했다. 고민만 정말 많이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다행인지 출국 전에 나쁜 기운이 다 빠져서 그 뒤부터는 잘 됐다"고 했다.
김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 출신이다. 현역 시절엔 일본 리그에 진출해 2005년 득점왕까지 오른 바 있다. 그는 은퇴 뒤 한동안 육아에 전념했다. 이후 생활체육 지도자를 거쳐 인천비즈니스고의 코치로 부임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연령별대표팀을 이끌었다.
그는 "처음 (감독) 제의를 받았을 때는 안 한다고 했었다. 연령별대표팀 감독으로 세계 대회에 나가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다. 세 번 안한다고 했었다. 사실 2018년 오성옥 감독님을 따로 코치로 세계 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코치라서 부담이 '덜'했다. 이번엔 감독으로 가게 돼 어색하고 부담스러웠다. 그 무게감이 있었다. 그저 대표팀 다녀와서 '김진순이 감독해서 그냥 그랬잖아'라는 말만 듣지 말자고 생각하며 했다. 책임감을 갖고 했다"고 돌아봤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선수들을 차분히 독려하는 리더십이 빛났다는 평가다. 그는 "연습 때는 엄하게 했다. 잘 되지 않는 부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때 화를 내봐야 선수 멘털만 흔들릴 뿐이다. 벤치를 차분하게 보는 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가 상대를 뚫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선수들은 내 얘기를 듣고 경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한국 핸드볼은 이번 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자타공인 세계 최강이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세계무대에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리틀 태극전사'들이 세계 정상에 오르며 다시금 희망을 갖게 됐다.
김 감독은 우승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헝가리와의 경기였다. 상대가 우리의 구멍을 찾아서 괴롭혔다. 작전 타임을 불렀다. 다시 코트에 나간 선수들이 내가 한 말을 그대로 펼쳐보였다.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닭살이 돋았었다. 힘들 때는 선수들끼리 '수비부터 하자'며 힘을 냈다. 우리 아이들이 '참 좋은 선수구나' 싶었다. 이게 바로 한국의 핸드볼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수 구성을 급하게 했다. 내가 하려는 수비에 맞는 선수들을 뽑았다. 훈련을 해보니 생각보다 잘하는 선수도, 다소 부족한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포지션 전반적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선수들이 흐름도 잘 탔다. 대회 때는 선수들의 부족한 걸 봤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고마웠다. 피지컬 좋은 유럽 선수들과 몸 부딪쳐가면서 하는 게 무서울 법도 한데 다들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소속팀으로 돌아왔다. 그는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줬다.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님께서도 선수들이 행복해보였다며 축하해주셨다. 나는 앞으로 더 배울 게 더 많은 지도자다. 많이 보고 배우고 연구하고 듣겠다"고 다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
'마약 구속' 에이미, 6년 만 깜짝 근황 "뽕쟁이 아냐, 이제 당당하게 살겠다"[SC이슈] -
조갑경, 오늘(1일) '라디오스타' 출연 강행…전 며느리 "나는 고통 속인테" 분통 -
'에펠탑 명물' 파코, 한국 첫 여행 중 결국 "집에 가고 싶어" -
'이혼' 최동석, '자녀 친권' 모두 전처 박지윤에게로..."혼자 잘 챙겨먹어야" -
이영자·정선희→이소라·홍진경도 눈물 재회..故최진실 떠나고 15년만 "다들 지쳐 멀어졌다" [SC이슈] -
이효리 요가원, 결국 '강력 경고' 날렸다..."촬영 금지·접촉 금지" -
조권, 방송서 사라진 이유…"母 흑색종암·父 직장암, 내가 병간호" -
조진웅, 은퇴 후 해외 목격담 등장 "말레이시아 시내서 포착"
- 1."이탈리아 어린이는 이탈리아 없는 또 다른 월드컵 보게 돼" 감독도, 선수도, 국민도 대통곡!…'4회 우승' 이탈리아 '최초' 3회 연속 본선 좌절 불명예
- 2.'기량 저하 논란' 손흥민 소신 발언 "능력 안 되면 대표팀 NO…냉정하게 내려놔야 할 때는 스스로 내려놓을 생각"
- 3.얼굴에 146㎞ 헤드샷이라니…'트라우마 남을까?' 78억 투수, 올해도 험난한 첫걸음 [대전포커스]
- 4.[속보]'2루타 제조기' 이정후 미쳤다! '아쉬운 주루사'에도 3안타 대폭발…시즌 초 최악의 부진 씻고 '부활 신호탄'
- 5.설마 50구가 한계? 아쿼용인가? "6주 후 좋은 소식" 희망, 아직 유효한가? 두가지 해결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