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아유, 무슨 감독입니까(웃음)."
KIA 타이거즈 퓨처스(2군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손승락 감독(40)은 여전히 '감독'이라는 호칭이 어색한 듯 했다. 하지만 각오와 청사진을 밝히는 목소리 만큼은 분명했다.
손 감독은 올 초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로 KIA에 합류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LA 다저스 마이너팀 연수를 거친 그는 올 시즌 KIA가 처음으로 도입한 호크아이 시스템 운영 뿐만 아니라 퓨처스(2군) 투수 육성, 스카우트, 운영 등 프런트 업무를 경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올 시즌을 5위로 마친 KIA는 2023시즌 코치진 개편을 통해 손 감독을 퓨처스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선수 손승락'은 현역 시절 KBO리를 대표하는 클로저였다. 9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 네 번의 구원왕 타이틀, KBO리그 통산 세이브 2위(271개) 등 숱한 기록을 갖고 있다. 기량 뿐만 아니라 뛰어난 리더십으로 후배 투수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만큼, 은퇴 후에도 곧 지도자로 나설 것이란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그를 KIA는 새롭게 꾸려진 데이터팀의 호크아이 시스템 운영에 먼저 투입했다. 경기 장면을 카메라로 추적해 트래킹 데이터 수치를 그래픽으로 변환하는 호크아이 시스템은 현재 KBO리그에서 KIA가 유일하게 시도하고 있다. 현역시절 경험, 리더십에 미국 연수 시절 다저스 팜(Farm)의 육성 시스템, 데이터 활용법을 경험한 손 감독이 데이터팀과 현장 가교 역할을 잘 수행할 것으로 여겼다. KIA는 코치진 개편 발표를 통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수 발굴과 육성에 탁월한 역량을 보여 지휘봉을 맡겼다"고 손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손 감독은 "생각지도 못하게 중책을 맡았다. 올해 KIA에 합류해 여러 업무를 맡았는데, 구단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선진적인 시스템과 육성 환경을 만드는 게 구단의 방침인데, 그 방향에 맞도록 팀을 잘 이끌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KIA는 올해 퓨처스에서 유망주 육성 매뉴얼 구축에 심혈을 쏟았다. 중간에 코치진 구성에 변경이 생겨도 입단 초기부터 설정한 장기적 육성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 호크아이 시스템까지 더해 선수 육성 능력 향상과 나아가 지속적 강팀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손 감독은 '협업'과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다저스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결국 팜(Farm)의 힘이다. 그 팜을 만드는 게 협업이 있기 때문이다. 투-타, 트레이닝 등 파트에 관계 없이 모두가 야구장에서 한 마음으로 임하고 협업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선수 한 명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또 "신뢰가 없다면 선수들이 따르지 않는 시대다. 아무리 좋은 환경, 시스템이 있어도 선수들이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며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이기에 퓨처스팀에 있다고 본다. 그 선수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떤 코칭을 원하는 지 듣는 게 우선이다. 선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협업이 시너지를 내고, 좋은 시스템도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퓨처스 시스템 구축과 육성도 결국 1군에 갈 수 있는 미래 전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1군의 목표 달성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해 '타이거즈식 야구'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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