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는 좋은 젊은 투수가 많아요. 기다려주시면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어요."
한화 이글스 좌완투수 정우람(37)은 투타를 통틀어 팀 내 최고 베테랑이다. 2004년 SK 와이번스에서 시작해 프로에서 19년을 보냈다. 오랜 기간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을 겪었다.
올해는 힘든 시즌이었다. 마무리 투수로 시작해 부상으로 오랜 시간 전력에서 빠졌다. 재활치료와 훈련을 하다가, 시즌 후반에 합류했다. 최근 몇 년 간 역할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올해는 특히 아쉬움이 컸다.
26일 대전야구장에서 만난 정우람은 개인 성적보다 팀 이야기를 많이 했다. 3년 연속 꼴찌를 한 팀의 최고참, '맏형'인데 마음이 편할리 없다. 최상의 몸 상태, 컨디션이 아니다보니 답답했다.
"최근 2~3년 동안 부진했어요. 사실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생각 못 했어요. 꾸준하게 팀에 기여하지 못했지요. 올해는 아파서 공백이 길었고요.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멘탈적인 부분을 재정비 다잡아야할 거 같아요."
올 시즌을 돌아보면서 정신적인 부분을 이야기했다.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의 구심점 역할까지 신경써야하는 연차다. 리빌딩을 진행중인 한화는 조카뻘 젊은 선수가 주축이 된 팀이 됐다.
많은 것을 내려놓은 듯 했다. 야구 자체가 아니라 보직에 관한한 말이다. 시즌 초반 그가 1군에서 빠진 뒤 후배들이 뒷문을 맡았다. 들쭉날쭉했다. 자신이 못 하더라도 후배들 중에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나오길 바랐다.
"누군가 정말 마무리를 꿰차고 좋은 퍼포먼스를 계속 냈으면 했어요. 분명히 능력 있고 좋은 선수가 많거든요. 후배들이 욕심을 내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어요. 잘 했으면 좋겠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우람은 그동안 후배 투수에게 필요한 부분, 부족한 부분을 조언했다. 이제 투수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프로선수로서 조언을 하려고 한다.
"성적을 못 내면 언제든지 내려와야죠. 몸 상태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핑계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기회를 더 달라고 하는 건 욕심이죠. 후배들이 어려울 때 빈자리를 채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항상 준비를 잘 하고 있어야죠. 끝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그는 입단 때 주목받은 선수가 아니라고 했다.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 지명을 받았으니, 겸양의 말이다.
"프로 초기에 조언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어요. 지명 순위가 낮은 선수는 위축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돼요. 더 성장할 수 있는데 안타까울 때가 있어
요. 속상하잖아요."
젊은 투수들에게 더 다가가려는 이유다. 정우람은 김규연 한승주 남지만을 보면서, 살짝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본다고 했다.
통산 952경기에 등판해 64승(46패), 197세이브를 올렸다. 200세이브까지 3개가 남았다.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다. 기록을 보고 야구를 한 적은 없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기록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수는 있다.
"우리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주셨어요. 앞으로 무조건 잘 해야 해요. 우리 선수들도 그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잖아요. 프로는 결과를 보여줘야하잖아요."
그는 마지막까지 팀에 마이너스가 되는 선수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정우람은 비 시즌에 따뜻한 해외에서 개인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올 시즌 정우람은 23경기에 등판해 1패1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했다. 더 나은 시즌을 위해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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