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마지막 포옹이었을까.
2-1로 앞선 5회말 2사 2루서 닉 카스테야노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한 저스틴 벌랜더는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마운드를 내려온 뒤 더스티 베이커 감독과 포옹을 나눴다. 선발투수가 임무를 마친 뒤 감독에게 전하는 의례적 인사가 아니었다. 꽤 길었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휴스턴에서의 생활, 더 밟을 수 없을 지도 모를 월드시리즈 마운드임을 의식한 뉘앙스였다. 벌랜더는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내년 2500만달러 선수 옵션을 포기하고 제대로 된 시장 평가를 받기 위해 FA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생애 첫 월드시리즈 승리투수를 앞두고 여러 마음이 교차했을 표정이었다.
벌랜더는 1회말 선두 카일 슈와버에게 총알같은 우측 솔로홈런을 내주며 1-1 동점을 허용했다. 2회에는 진 세구라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브랜든 마시와 슈와버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슈와버에게는 고의4구나 다름없는 피해가는 피칭이었다. 3회에도 볼넷과 안타를 1개씩 내주며 1,2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추가 실점은 끝내 없었다.
덕분에 4회부터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4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벌랜더는 5회 2사후 브라이스 하퍼에게 우측 2루타를 얻어맞았지만, 실점으론 연결되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가장 많은 10개의 홈런을 내준 투수, 벌랜더가 마침내 월드시리즈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휴스턴이 판도를 뒤집었다. 휴스턴은 4일(이하 한국시각) 시티즌스 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벌랜더의 호투를 앞세워 3대2로 승리했다. 1승2패 뒤 4,5차전 연승을 달리며 시리즈를 3승2패로 바꾼 휴스턴은 이제 홈으로 돌아가 5일 하루를 쉬고 6,7차전 중 한 경기를 잡으면 2017년 이후 5년 만에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한다.
벌랜더가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는 5이닝 동안 초반 난조로 4안타와 4볼넷을 허용하고도 삼진 6개를 잡아내는 역투를 펼치며 1실점으로 막아냈다. 투구수는 94개로 많았지만, 포심 직구가 최고 97.8마일, 평균 95.6마일을 찍었다.
벌랜더는 이로써 월드시리즈 9번째 등판에서 첫 승을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앞서 8경기에서 6패만을 당했다. 지난달 29일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그는 5이닝 동안 6안타 5실점의 부진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불명예 기록도 함께 썼다. 1회 슈와버에게 내준 솔로포는 그의 월드시리즈 통산 10번째 피홈런. 캣피시 헌터를 제치고 이 부문서 단독 1위가 됐다.
휴스턴은 1-1이던 4회초 제레미 페냐의 좌월 솔로홈런으로 리드를 잡은 뒤 8회초 호세 알투베의 볼넷, 페냐의 우전안타로 만든 무사 1,3루서 요단 알바레스의 땅볼 때 알투베가 홈을 밟아 3-1로 점수차를 벌렸다. 휴스턴은 8회말 1사 1,3루에서 한 점을 내줬으나, 9회까지 추가 실점을 막고 1점차 승리를 지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