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하성의 팀 동료인 우완투수 로베르토 수아레즈(31)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5년 46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올 시즌 31세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꿈을 이루고 대박까지 터트렸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로베르토 수아레즈는 널리 알려진대로, 삼성 라이온즈에서 이번 시즌 좋은 활약한 앨버트 수아레즈(33)의 동생이다. 시속 160km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 형제. 공통점이 있다. 나란히 일본프로야구를 경험했다.
형 앨버트는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3년을 뛰고 삼성으로 이적했다. 팀 동료인 데이비드 뷰캐넌과 야쿠르트에서 1년을 함께 했다. 동생이 먼저 일본에 진출했다. 멕시코 리그에서 던지다가 소프트뱅크 호크스 관계자의 눈에 들었다. 2016년, 일본으로 날아갔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혀없는 연봉 5000만엔, 25세 파이어볼러.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해 중간계투로 자리잡았다. 첫해 2승6팬1세이브26홀드, 평균자책점 3.19. 성공적인 시작이었다. 연봉이 8000만엔으로 올랐다.
2017년 초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베네수엘라 대표로 출전했다. 그런데 대표팀에서 던진 후 팔꿈치 부상이 왔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2017년 한해를 쉬었다. 소프트뱅크 소속으로 2018~2019년, 2년을 더 있었는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9년 말, 한신 타이거즈가 손을 내밀었다. 이적이 로베르토의 야구인생을 바꿔놓았다. 2020년 25세이브(3승1패8홀드), 2021년 42세이브(1승1패)을 기록하고 2년 연속 센트럴리그 세이브 1위에 올랐다.
일본프로야구에서의 맹활약은 메이저리그 진출로 이어졌다. 샌디에이고와 2년 1100만달러에 계약했다. 한신 시절 등번호 75번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개막전에 첫 등판했다. 9회말 2점차 리드 상황에서 올라 선두타자부터 세타자 연속 4사구를 내줬다.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하고 강판됐다. 팀이 끝내기 패를 당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호된 신고식을 치른 후 안정을 찾아갔다. 45경기에 구원등판해 5승1패1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했다. 불펜의 주축으로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샌디에이고와 시즌 종료 후 5년 장기계약을 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6년간 쌓은 경험이 메이저리그 진출과 성공의 디딤돌이 됐다.
비슷한 사례가 더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우완 마일스 미콜라스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럴 거쳐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2012~2014년 샌디에이고.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4승을 거두고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2015년 요미우리 소속으로 3년 동안 31승을 올렸다. 그러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미콜라스는 2018년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해 18승을 거두고, 내셔널리그 다승 1위에 올랐다. 올해도 12승을 올렸다.
이번 시즌 샌디에이고에서 던진 닉 마르티네스는 소프트뱅크, LA 다저스에서 FA가 된 크리스 마틴은 닛혼햄 파이터스를 거쳤다. 텍사스 소속으로 지난 두 시즌 58홈런을 때린 아들리스 가르시아도 잠시 요미우리에 적을 두고 뛰었다.
잠재력이 있는 젊은 선수가 한국과 일본야구에서 경험을 쌓고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늘었다. 한국과 일본리그가 메이저리그에 실패했거나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의 종착점이 아니라 가능성있는 자원들이 메이저리그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출신 메릴 켈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두산 베어스를 거친 크리스 플렉센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주축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