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이런 선수들이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했으면 한다."
야구 예능 '최강야구'의 주인공인 몬스터즈의 지휘봉을 잡은 김성근 감독(80)은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몬스터즈의 면면, 화려하다 못해 눈부실 정도다. 박용택 정근우 이대호 유희관 송승준 이택근 등 KBO리그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레전드의 집합소다. 현역 은퇴 후 다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 고교-대학, 독립리그 선수들과 진검승부를 펼치는 이들의 모습은 큰 울림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몬스터즈 구성원을 바라보는 김 감독의 시선은 어떨까. 그는 "선수들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 이런 선수들이 너무 쉽게 은퇴한 것 아닌가"라며 "한 명의 좋은 지도자가 나오면 좋은 선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최강야구에서 뛰는 이들은 뛰어난 선수였고, 야구에 대한 확실한 의식도 있다. 이런 선수들이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강조한 '지도자'라는 단어는 최근 KBO리그 안팎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현역 은퇴는 '제2의 야구인생 출발점'이었다. 국내외 연수 등을 통해 코치, 프런트 수업을 받으면서 지도자 코스를 밟았다. 올 시즌 SSG 랜더스를 우승으로 이끈 김원형 감독을 비롯해 홍원기(키움 히어로즈 ) 염경엽(LG 트윈스) 이강철(KT 위즈) 김종국(KIA 타이거즈) 강인권(NC 다이노스) 박진만(삼성 라이온즈) 등 현재 KBO리그에서 활동 중인 대부분의 사령탑이 이런 코스를 밟았다. 대부분이 팀 프랜차이즈 스타로 현역 시절부터 후배들에 귀감이 되는 선수 생활을 했고, 코치로 전업한 뒤에도 후배들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은퇴=지도자'라는 공식은 서서히 희미해졌다. 최근엔 은퇴 후 지도자 코스를 밟는 스타 선수들의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 TV 해설, 예능 출연 등 야구장 바깥에서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청춘을 바친 그라운드, 좋은 추억도 있지만 피나는 노력 속에 남모를 눈물도 묻어 있기 마련. 매일이 생존경쟁이었던 야구장에서의 스트레스를 뒤로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을 폄훼할 순 없다. 그러나 그들이 야구장에서 떨친 기량, 오랜 세월을 거치며 쌓은 노하우가 후배들에 대물림 되지 못한다는 것은 못내 아쉽다.
KBO리그의 한 관계자는 "선수 시절에 비해 박봉인 코치 생활이 물론 쉽진 않다. 하지만 지도력을 보여주고 연차가 쌓이면 보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라며 "최근 은퇴 선수들은 '쉬운 길'만 택하는 것 같다. 좋은 선수 못지 않은 젊고 능력 있는 지도자가 계속 나와야 리그 경쟁력도 살아날텐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용택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 선수로는 감독님의 가르침을 따라가기 어렵지만, 감독님 옆에서 '가르치는 사람'의 자세를 배우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최강야구는 과연 구성원들에게, 그리고 한국 야구에 어떤 울림과 바람을 전할까. 그 행보가 기대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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