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나서는 이가 없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회장 자리가 3년 만에 다시 공석이 될 위기에 놓였다. 11대 회장으로 19기 집행부를 이끌었던 양의지(두산 베어스) 회장이 임기를 마친 가운데, 후임자 선출을 위해 진행한 투표의 최다 득표자가 당선을 고사하는 난감한 상황이 펼쳐졌다.
선수협 회장 후보는 연봉 순위로 결정된다. 기존엔 각 구단 연봉 1~3위, 총 30명이 후보로 자동 등록되는 방식이었는데, 올해는 프로야구 전체 연봉 순위 1~20위로 범위를 좁혔다. 2017년 17기 집행부가 메리트 논란 속에 사임한 이후 한동안 공석이었던 선수협 회장 자리에 나서는 이가 없자, 이사회를 거쳐 연봉 순위로 후보군을 추리기로 하면서 결정된 시스템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연봉 서열로 후보군을 추리는 방식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었다. 이런 후보 추대 방식은 결국 이대호 회장 시절의 판공비 셀프 인상 논란과 이번 회장직 고사로 결국 파열음을 냈다.
선수협 출범 후 회장직은 선출, 추대 등 다양한 방식을 거쳤다. 출범 초기엔 3기 집행부 사퇴 후 한동안 회장직이 공석으로 유지되다 추대 방식으로 김동수 3대 회장이 선임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대부분이 등 떠밀리듯 회장 자리를 맡아 임기를 채웠다. 신생팀 창단, 제도 개선 등 굵직한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결과를 만들기도 했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2차 드래프트 폐지에 우려 성명, 퓨처스(2군) FA 제도 도입 제고 요청 등 그나마 목소리를 낸 양의지 회장 시대가 그나마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선수협의 필요성은 선수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정작 회장 자리를 맡으려는 이는 없다. 회장으로 거론되는 인물 대부분이 스타급 선수이자 고액연봉자지만, 때문에 소속팀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역 선수들의 회장직 수행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할 때마다 중량감 있는 은퇴 선수를 모셔와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었지만, 그때마다 '현장과 괴리가 생긴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선수협은 내달 1일 이사회를 열어 새 회장 선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다 득표자가 회장직을 고사한 투표가 과연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선수협은 KBO와 구단을 향해 '선수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주인이면서 정작 나서질 않으면서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선수협의 목소리엔 호소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